▲눈도 못 뜬 새끼 고양이를 구조하다
함혜숙
갑작스럽게 예상치 못한 얘기를 들어서 나는 무슨 상황인가 파악이 되지 않아 버퍼링이 걸린 듯 더듬거렸다. 반면, 옆에 있던 남편은 망설임 없이 아저씨가 가리킨 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느 집 대문 안쪽으로 들어가 담벼락 아래를 살펴보던 남편이 손바닥 위에 솜털 같은 새끼 고양이를 올린 채 나왔다.
"얘가 몸이 납작해질 정도로 나무 판자 밑에 깔려 있었어. 지금 온몸이 차갑게 굳어 있네."가까이 들여다보니,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뜬 새끼 고양이였다. 태어난 지 일주일도 채 안 지난 듯했다. 늦가을이라 밤이면 제법 날씨가 추웠다. 그대로 밖에 두면 얼어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고양이는 숨을 힘겹게 내쉬며 가느다랗게 이어질 듯 끊어질 듯 "야...옹..." 하며 울었다. 남편과 나는 고양이 한 번 쳐다보고, 서로 한 번씩 쳐다보며 갈팡질팡했다. 강아지는 어릴 때부터 키워 봤지만, 고양이는 키워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옆에 아저씨가 있어서 겉으로 말은 못 했지만, 어떻게 책임지려고 구조했냐며 원망의 눈빛을 남편에게 보냈다. 아저씨가 못 듣게 남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어쩌려고 그래?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구조부터 하고 집에서 돌봐주다가 날씨 따뜻해지면 풀어주지, 뭐."그때만 해도 우리는 '냥줍'이며 '길냥이'란 용어도 몰랐고, 길냥이를 집에 데려왔다가 내보내는 게 유기 행위인 줄도 몰랐다. 골목 입구 쪽에 있는 치킨집에서 평소에 길냥이를 돌봐 주던 게 떠올라, 일단 그쪽으로 갔다. 그 아저씨도 조용히 우리를 따라왔다.
"며칠 굶었나 보네. 힘이 하나도 없구먼."치킨집 사장이 새끼 고양이를 보더니 고양이용 분유를 타서 젖병에 담아 줬다. 젖병을 물려 봤지만 우유를 제대로 삼키지 못해 콧구멍으로 흘러 나왔다. 마침 가게 앞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아줌마들도 옆에서 지켜보며 "아이고, 이 쬐끄만 걸 어째. 우유도 못 먹네"라며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