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심야의 창고서재
이상옥
그런데 문제는 얼마나 오래 칩거할 수 있을까 싶다. 간절하게 칩거하고 싶었던 것이니 칩거 자체를 오래 즐겨야 할 텐데 그렇지가 못하다. 사람만큼 변덕스러운 동물이 또 있을까? 금방 또 사람을 만나고 싶을 것이고,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것이다.
해외 여행하면 고향집에 조용히 머물고 싶고, 고향집에 머물면 또 해외여행하고 싶고 그렇다. 지금 처한 그 순간이 최선의 공간이고 최고의 행복의 순간임을 알지 못한다. 금방 싫증을 내고 또 다른 뭔가를 기획하는 것이다.
여행하고 싶어 여행하는 것이니 여행하는 그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고, 또 칩거하고 싶어 칩거하는 것이니 칩거하는 그 순간이 또 행복한 순간이 아니겠는가. 행복은 이곳이 아닌 저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늘 문제다.
행복은 이곳이 이닌 저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늘 문제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을 다시 읽어본다. "먹을 만큼 살게 되면 지난날의 가난을 잊어 버리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가 보다."로 시작하여 세 쌍의 가난한 부부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행복은 반드시 부(富)와 일치(一致)하진 않는다."는 말은 결코 진부(陳腐)한 일 편(一片)의 경구(警句)만은 아니다."라고 마무리한다.
가난할 때는 부유해지면 행복해질 것 같아도 그 시절이 오히려 행복했던 시절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지금 이 순간이 봄날이고 행복한 순간이다. 지금 칩거해보는 이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