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제비꽃해발 500미터 이상 높은 산에서 잘 자란다. 꽃뿔 길이는 1밀리미터쯤으로 제비꽃 속 가운데 가장 짧다.
이새별
오랑캐꽃 이름의 내력
전라남도 영광 출신 시조 시인 조운(1900~?)이 있다. 그는 자유시로 등단한 뒤 시와 시조를 같이 쓰다가 시조에 둥지를 틀었다. 조운은 시조의 정형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형식과 내용면에서 여러 실험을 했고, 거의 자유시에 가까운 시를 썼다. 1945년 해방이 되자 그는 조선문학가동맹에 들어가 잠깐 활동했고, 1949년 식구들과 함께 북으로 넘어간 월북 작가이다.
조운이 쓴 시 가운데 '오랑캐꽃'이 있다. 시 전문을 아래에 옮겨 본다.
넌지시 알은 체하는
한 작은 꽃이 있다
길가 돌담불에
외로이 핀 오랑캐꽃
너 또한 나를 보기를
나
너 보듯 했더냐. 위 시에서 오랑캐꽃은 '제비꽃'을 말한다. 제비꽃은 꽃 모양이 하늘을 나는 제비를 닮아, 또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무렵(삼짇날)에 꽃이 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이때는 춘궁기로 양식이 거의 바닥나는 시기다. 북쪽의 오랑캐 여진족도 만찬가지였다. 그들은 춘궁기가 되면 우리 땅에 쳐들어와 양식을 빼앗아 가고 논밭에 뿌릴 씨앗마저 강탈해 갔다. 제비꽃이 필 무렵이 되면 함경북도·량강도·자강도 사람들은 오랑캐가 쳐들어올지 몰라 하루하루를 걱정과 근심으로 살아야 했다. 그래서 그 이름이 '오랑캐꽃'이고, '시름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