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는 여행은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볼 수 있다
김은덕, 백종민
'살아보는 여행'에서 '집'과 '동네'는 매우 중요한데 동네 주민들이 처음부터 낯선 이의 방문을 달가워할 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 찾아온 '손님'으로 받아들여지는 데까지 필요한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내가 먼저 한 발짝씩 다가갈수록 이방인을 바라보는 경계 어린 눈빛이 옅어지고 그렇게 심리적으로 가까워지고 나면 가던 길을 멈춰 세우고 '오늘은 뭐 할 건데' 하며 이것저것 물어오기 일쑤이다. 동네 주민들이 알려준 맛집을 찾아다니다 보면 그들과 함께하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삿포로에서는 현지인들이 알려 준 '스프커리' 식당을 찾아다니기 바빴다. 선선한 여름이 짧게 지나가면 이내 쌀쌀해지고, 이른 겨울이 찾아와 추워지기 시작하다가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이는 홋카이도에서는 커리를 묽게 만들어 따뜻하게 스프처럼 먹는다.
카레 가루를 베이스로 야채와 고기를 넣고 끓인 탕인데 재료의 맛이 모두 우러나오도록 은근하게 끓여 낸 국물에 빠져든다. 일주일에 두 번씩 동네 사람들이 알려주는 식당에 가서 스프커리를 먹었는데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 한두 번 먹어서는 그 매력을 알 수 없지만 오래 머무는 여행이기에 충분히 맛을 보고 내 입에 맞는 식당을 점찍어 단골손님이 되어 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짧은 휴가를 내서 외국으로 떠난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부터 기대로 가득 차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의 여행을 인정해주기 바란다. 일상이 지치고 힘들수록 여행만큼은 완벽하고 남들 보기에 멋져 보이길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다.
시행착오를 용납할 수 없기에 가이드북에서 권하는 일정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매뉴얼이 되어버리고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봤던 그 풍경도 봐야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여행이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여행도 그러했다. 그래서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보다 사람들 말에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 것이 더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여행은 늘 새로운 것투성이였고,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생경한 동네와 낯선 이들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모든 과정이 불편하고 두려웠다. 하지만 낯선 이국의 공간에 잠시 소속되어 현지인의 친구가 되어 보고 그들의 공간을 나누고, 작은 추억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방식을 볼 수 있었던 '살아보는 여행'이기에 가능했다.
① 매년 여름 삿포로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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