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이명주
해설사가 거문 오름과 같은 지형을 만드는 화산 폭발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여줬다. 언젠가는 모든 것을 태워 삼켰을 불바다 위를 걷고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제주도는 180만 년 전부터 화산 활동을 통해 생겼는데, 지구 역사 46억 년에 비교하면 "젊은 화산"이라고. 가장 놀랍고 위대한 건 모든 것이 다 타 버린 잿더미 위에 뿌리 내려 오늘날에 이른 자연.
우리가 편의점에서 쉬이 사먹는 '삼다수'는 이러한 제주의 척박한 환경에서 돌과 나무와 식물이 뒤섞여(제주말로 '곶자왈'이라고 한다) 18년간 온몸으로 정화시킨 빗물을 식수화한 것이라고. 나무도 꽃도 물 한 방울도 이렇게나 긴 세월, 역경을 헤치고 헤쳐 여기까지 왔는데 사람에 의해 참으로 쉽게 한순간 착취 당하는 현실이 미안하고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