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의 소셜 캘린더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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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영국의 민간 단체 '파티시플(Participle)'이 시작한 '서클(Circle)'은 더 대담한 사회 혁신 프로젝트다. 이들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혁신적 노인 돌봄 체계를 꿈꿨다.
'노인이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정의하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역 사회가 공공과 개인, 자원봉사자와 공동체의 자원을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이들은 영국 남부의 서더크(Southwark) 지방 의회, 노동연금부(the Departmanet for Work&Pensions) 그리고 스카이 미디어(Sky media)와 함께 '지역에 뿌리 내린 복지 공동체'를 만들어갔다. 노인을 복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사회에서 배제시키던 시각에서 벗어나 그들 스스로 삶의 방향을 정하고 길을 찾도록 공동체의 자원을 끌어 모으기로 한 것이다.
먼저 약 250개에 달하는 노인과 그 가족 그룹을 만나 그들이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걱정하는지, 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살펴 몇 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다.
첫째, 그들은 살던 곳에 머물며 독립적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누군가가 '일상에서 부딪히는(Practical)' 일들을 도와주길 바랐다. 전구를 갈아주거나 은행에 같이 가주는 일들처럼 대개는 별다른 기술이나 힘이 들지 않는 것들이었다.
둘째, '마음이 맞는 좋은 친구'를 원했다. 어느 순간 홀로 남겨지게 되면 다시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외로움은 그들도 견디기 힘들었다.
셋째, '목적이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했다. 오랜 경험과 기술, 지식으로 공동체에 기여하면서, 죽는 순간까지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길 그들은 바랐다.
'고령화'나 '노인' 같은 말들이 서비스에 따라붙는 것을 꺼려했다. 무엇을 제공하느냐 만큼이나 어떻게 제공하느냐도 그들에겐 중요했다.
"나는 집에만 갇혀 비참하고 외롭게 지냈다. '서클'은 내가 필요할 때, 계속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나를 밖으로 이끌어주었다.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들이고, 그들은 못하는 일이 없다."누구 못지않게 활달했던 80대 초반의 안토니아(Antonia)는 무릎을 다친 뒤로 외톨이가 되었다. 그런 그녀를 서클은 집 밖으로 나오도록 이끌었다. 이웃과 점심을 함께 먹거나, 극장에 가는 이벤트를 만들어 그녀를 초대했다. '소셜 캘린더(Social Calendar)'라 부르는 프로그램들이다. 첫 이벤트에 참여한 뒤 그녀는 자신에게 맞는 사람들을 만났고, "내가 빠져들게 만드는, 나에게 꼭 맞는 사람들"이라며 반겼다.
무릎 수술을 받은 뒤엔 서클의 스탭들이 꾸준히 안부를 물었고 회원들도 그가 몸을 추스르는 사이 온라인으로 먹을 걸 주문할 수 있게 컴퓨터를 고쳐주는 등 소소한 도움을 주었다. 서클이 이어준 '작은 도움'이 누군가의 삶을 크게 바꾼 것이다.
1년에 30~75파운드(4만 5,000~11만 5,000원)만 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정원을 멋스럽게 꾸미거나 전기 설비를 손봐야 한다면 전문 기술을 갖춘 유료 도우미(Helper)를 불러야 한다. 다른 회원을 도우면 이 비용이 상쇄되기도 하고, 핸드폰이나 책을 살 때 할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회원의 절반은 50~60대다. '젊은 노인(younger old)'을 끌어들이려 꾸준히 애쓰고 있고, 이들이 더 나이가 많은 이웃들을 돌보면서 공동체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다. 이웃들도 도우미로 힘을 보탠다. 도움이 필요한 일들이 대개 '평범한' 일들이고, 여건이 허락하는 만큼 하루에 1~2시간이라도 참여하면 되기 때문이다. 회원과 회원, 회원과 도우미를 잇고 서비스 시간과 비용을 계산하는 건 서클 스텝들과 시스템(기술)의 몫이다.
2012년 9월에는 지역 서클들을 묶어 '런던 서클(London Circle)'을 꾸렸다. 마케팅, 콘텐츠 기획 등을 맡아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이듬해엔 헤이버링(Havering)을 비롯해 4개의 지역 서클이 더 만들어졌다.
가진 것을 나누며 만들어가는 단단한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