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비오는 길거리 풍경
차노휘
첫 출간한 창작집이 한국도서관협회 우수도서로 선정되어 전국 도서관에 비치되었다. 작가로서 경험을 넓히기 위해 광주작가회의에 들어갔다. 주로 혼자 글을 쓰고, 혼자 활동하던 내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진 못했지만 선배 작가들을 만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의 내밀한 속내에 대해 더 고민할 수 있었다. 역사의 도시 광주에 살면서도, 속앓이만 했지 먼저 나서서 길을 찾으려는 행동은 늘 굼떴다.
그러다 문학인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그 작은 행위가 '블랙리스트'란 이름으로 되돌아왔다. 내가 영향력 있는 작가여서 문화당국의 지원을 받을 일은 없었지만 배제와 차별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준비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섬뜩했다.
'글은 역사의 칼'이어야 한다는 말을 간혹 듣곤 한다. 글이 역사의 칼이어야 한다는 리얼리즘을 내가 따라가진 않더라도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냉철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자각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저항과 희생의 역사 현장이 있는 광주를 깊게 아는 계기가 되었다. 광주학생독립운동탑, 금남로, 충장로, 전남도청, 전일빌딩, 5.18 묘역까지.
나는 지난해 촛불이 타올랐던 시간에 틈틈이 그 자리를 지키면서도 역사의 흔적이 스며있는 거리를 다시 걸어보았다. 작가로서 내가 채워야 할 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글을 낳고, 어떤 글로 독자와 만나야 할지를 더 고민해야 했다. 이번 체코와 헝가리 여행 또한 그 길을 찾아 나서는 여정의 연장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