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자녀 계획은 '아들 둘, 딸 둘,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낳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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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 초 서른 아홉 내 생애 두 번째 임신을 하고 임기제 공무원이 된 것을 가슴 아파했다. 우리 부부의 자녀 계획은 '아들 둘, 딸 둘,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낳자!'이다. 서른 시간 산고 끝에 출산한 나에게 둘째 이야기를 꺼낸 시아버님께도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했었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임기제 공무원은 출산, 고용보험, 평가 등이 사각지대에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을 적용하는 비공공 부문 계약직은 육아휴직 기간을 계약기간에 포함하지 않으며, 육아휴직 기간에는 해고할 수 없다. 현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제도는 여성 근로자를 보호한다. 그러나 임기제 공무원은 제도마저 육아휴직 기간이 계약 기간에 포함되고 육아휴직 중 계약 만기가 도래하면 퇴직해야 한다. 그래서 육아휴직 중에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복직해야 한다.
현재 규정에는 유급육아 휴직을 1회에 한해서만 나눠 쓸 수 있어 시기를 선택할 폭이 좁아진다. 또한 휴직 기간 동안 실적이 없는데 그 기간도 평가를 받는 것도 부담이 된다. 정규직 공무원은 육아휴직 등으로 2개월 미만 근무하면 직전 년도 2년 평균 이하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계약 기간 만료 전 복직을 해야 하는 임기제는 10개월 휴직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 국제행사가 많은 9월에 조기 복직해서 실적을 쌓아 계약 기간을 연장하고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임기제 공무원은 임신 기간을 계약 기간에 잘 맞춰야 한다. 왜냐하면 평가점수 평균 A이상을 받으면 2년 연장, B는 1년 연장, C이면 연장 불가인데, 육아휴직을 하려면 계약 잔여기간이 6개월 이상이어야 한다. 임신 열 달, 출산휴가 3개월까지 생각하면 A를 받아 2년을 연장했더라도 기간이 얼마 남지 않는다. 출산 휴가를 갔다가 잔여기간이 6개월이 남지 않아 100일도 안 된 아이를 두고 복직 후 만기 도래까지 수개월 근무를 한 후 계약 연장을 하고 다시 육아휴직을 신청한 임기제 공무원도 보았다(최근 국가임기제 공무원은 6개월 제한 조항이 삭제되었지만 지방임기제 공무원은 그대로다).
난 정말 다행으로 계약 기간이 2년 연장되었을 때 첫 아이가 생겨서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9개월 총 1년을 쉬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만 계약 만료 날짜는 다가오는데 거주 지역 어린이집에서는 3살이 되어야 자리가 난다고 해서 정말 초조했다. 아이가 10개월로 접어들 무렵 거주 지역이 아니어서 차량운행은 안 되지만 그나마 가까운 곳에 자리가 나서 극적으로 복직할 수 있었다. '뭐, 대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정규직도 육아휴직 쓰는 것을 눈치 보는데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국민신문고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연구기관에 정책 제안을 했다.
동네 어르신들께서 "붙여서 어서 동생을 낳으라"고 하실 때마다 '지금 생기면 임기만료랑 겹쳐서 육아휴직도 못 가고 아이 낳고 바로 재임용 시험도 봐야 하니 조금 늦추는 게 좋겠지' 하면서도 나이가 곧 마흔이라 계약 기간과 가임 기간 사이를 갈등하며 임신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1월 둘째가 생긴 걸 알았다. 그런데 출산 예정일이 8월 30일, 임기만료 직전으로 임용시험을 봐야할 때다. 출산 직전이나 제왕절개해서 3주 정도 입원했을 시기가 시험기간이랑 겹칠 것이 뻔했다. 대담한 성격인데도 임신 초기라 예민해졌는지 시험 날 출산하는 꿈을 꾸고, 자꾸 달력에 눈이 갔다.
그러다 하루는 밤에 배가 너무 아파 병원에 갔는데 더 이상 아가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는단다. 몇 번이고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울음을 터트렸다. '정말 미안하다 아가야.' 아마 영점 일초쯤은 '(아이가) 조금 있다가 생기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유산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난 그 영점 일초와 달력을 보던 스스로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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