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8일 서희테마파크 축제마당에서 선남선녀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주례사를 한 장헌민 목사가 두 사람 손에 손을 얹고 혼인선언을 하고 있다.
김희정
지난 4월28일 토요일, 그러니까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다음 날이었다. 역사적이고 뜻깊은 그날의 감동에 아직 젖어있던 즈음이기도 했다. 이천시(시장 조병돈) 서희테마파크에서 열린 야외결혼식에 다녀왔다.
서희테마파크는 고려 성종 때 거란의 소손녕이 8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공하자 뛰어난 협상력을 발휘하여 전쟁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 강동6주를 회복한 장위공 서희(徐熙.942~998)선생을 기리는 곳이다. 서희 선생의 일대기를 서사적으로 엮은 30여 종의 조형 작품과 서희역사관, 전시관, 체험관, 영상관, 추모관 등으로 구성돼 있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야외 결혼식을 시작하기 1시간 전이었다. 햇살은 따스하고 효양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은 알맞게 부드러웠다. 산과 들은 푸른빛으로 점점이 번져가고 있었다. 활짝 핀 철쭉과 영산홍, 노란 애기똥풀꽃과 보랏빛 제비꽃은 곱고 수수한 자태를 선보였다. 봄빛이 완연한 가운데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는 서희테마파크 축제마당에서 신랑 박상호(29)씨, 신부 이재윤(26)씨를 만났다. 고향이 이천인 두 사람은 거주지를 다른 도시로 옮기지 않고 신혼살림을 시작한다.
"고향의 의미 있는 공간에서 의미 있는 결혼식을 하고 싶었어요. 도리(道理)상 서둘러 다녀가는 곳이 아닌 여유롭게 식사하면서 감사를 전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찾았습니다. 이왕이면 탁 트인 야외에서 지인과 하객들이 재미있게 만들고 즐기는 작은 축제이기를 바랐고요. 그래서 여러 곳을 둘러봤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 지역의 다양한 명소를 새롭게 알았습니다. 이곳을 산책하면서 서희 선생의 일대기를 알았는데 저희에게 좋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서필의 둘째 아들로 이천에서 태어난 서희 선생은 우리 역사상 최고 외교가·협상가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