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다리에 빼곡한 자물쇠들해가 높아져감에 따라 '사랑의 다리'의 자물쇠들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송승희
공원 분수대를 볼 때마다 머리를 처박아 열을 식히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다니를 따라 걸었다. 우리의 입안이 바싹바싹 말라갈 때였다. 더위를 먹은듯한 다니가 힘없이 바로 앞의 식당을 손으로 가리킨다. 위풍당당하게 걸어진 간판에는 '뿌엔테 알레마나'(Fuente Alemana)라고 적혀 있었다. 건축에 깊은 일가견은 없으나 식당의 외관은 칠레식도 일반적인 남미식도 아닌 듯했다. 상관 없었다. 안에 에어컨만 틀어져 있다면 지옥이라도 들어갈 것 같았다.
'딸랑' 하는 방울소리에 열렸던 문이 내 등뒤에서 닫힌다. 현지인들의 점심시간이 끝난 시간임에도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빈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그 누구의 탓도 아니었지만 짜증을 넘어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도 모르게 그 감정이 얼굴로 드러났다 보다. 내 더러운 표정에 더럭 겁을 집어먹은 소심한 남자들 두엇이 카운터로 향한다(물론 이건 나의 추측일 뿐이다).
자리가 나자마자 우리는 잽싸게 빈 자리로 돌진했다. 서울 지하철 안의 아줌마 부대도 인정할만한 스피드.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나니 마침 에어컨 바람이 얼굴로 바로 들어오는 명당자리였다. 차디 찬 인공바람을 얼굴에 쏘이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길거리에서 시들시들 말라비틀어져 가던 우리는 마침내 이 식당에서 생기를 되찾았다.
이곳은 정식 식당이라기 보다는 가던 길에 잠깐 들러 배만 채우고 나가는 '다이너'에 가깝다. 오픈된 조리실이 식당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고 손님들이 그에 빙 둘러싸여 있는 구조다.
이것이 '핫도그'여서는 안 된다고 한다
몸을 앞으로 살짝 빼보니 조리실 내부가 보인다. 여기저기 살펴본 바로는 흡사 샌드위치 체인점 서브OO의 그것과 비슷했다. 몇 가지 다른 종류의 빵과 육가공품부터 시작해서 온갖 채소와 소스가 진열돼 있다. 그렇다. 이곳은 다름아닌 칠레식 핫도그, '콤플레또'(Completo) 전문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핫도그'라는 말을 썻지만 실제로 칠레에서는 콤플레또를 핫도그라 부르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거기에는 미국 패스트푸드와의 비교를 거부하는 칠레 사람의 자부심이 담겨있다고.
그래도 속으로는 '오바하네, 그래봤자 핫도그가 핫도그지' 하며 메뉴를 쭉 훓어봤다. 유명한 식당이라더니 메뉴도 꽤 다양했다. 소위 말하는 결정 장애가 있는 나는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하루이틀 겪는 일이 아닌지라 다니는 자기의 '최애 메뉴'를 먹어보라 추천한다.
결국 그녀와 같은 메뉴인 '콤플레또 이딸리아노'를 주문했다. 이윽고 주문한 음료가 먼저 나왔고 우리는 머리가 깨질듯 찬 탄산 음료를 단숨에 절반을 비웠다. 나는 어떤 음식이 나올까 궁금해하며 입을 열었다.
"내 경험상 어떤거든 '이탈리안'이 붙으면 최소 중간은 가는 것 같아.""이탈리안? 너 혹시... 나폴리 소스랑 파마산 들어간 그런거 생각한거 아니지?""아니면... 뭔데?"다니는 말을 멈추고 깔깔깔 파안대소를 했다. 그리고 자기가 먼저 설명을 해줘야 했다면서 말을 이었다.
'이탈리안' 없는 '이탈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