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 대학에서 강의한다. 가르치는 게 업이지만, 매년 빠짐없이 수업도 듣고 시험도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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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 대학에서 강의한다. 가르치는 게 업이지만, 매년 빠짐없이 수업도 듣고 시험도 치러야 한다. 게다가 성적이 시원찮으면 재시험도 감수해야 한다. 해마다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윤리규정 교육이 그것이다.
이 필수교육은 다양한 내용을 다룬다. 예컨대 학자가 지켜야 할 연구윤리에서부터, 얼마 이상의 선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금지규정에,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가 따위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교육이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은 성인지감수성(젠더의식)이다. 여기에는 어떤 행동이 성폭력에 해당되는가 뿐만 아니라, 타인의 성폭력 사건을 인지했을 때 어디에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다. 교육 내용을 숙지했는가를 테스트하는 간단한 시험도 포함돼 있다.
앞서 말했듯 이것은 매년 이수해야 하는 의무교육이다. 만일 귀찮거나 바쁘다고 건너뛰면 어떻게 될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교육을 받지 않으면 연봉 인상자 대상에서 자동으로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좋든 싫든 기를 쓰고 기간 내에 수료증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나는 '아동학대신고 교육'까지 추가로 받는다. 입학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기 때문인데, 신입생 가운데 미성년자들이 끼어있는 탓이다. 미성년자들이 성적으로,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학대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경우, 나는 해당 기관에 신고할 의무를 진다. 그 의무를 게을리할 경우 형사 입건 될 수도 있다.
교육을 받고 시험을 보는데, 80점을 넘기지 못하면 통과할 때까지 몇 번이고 시험을 봐야 한다. 솔직히 말해 귀찮다. 하지만 매년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교육 받다 보니 달달 욀 정도로 익숙해지고, 이것이 서서히 나의 태도를 바꾸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렇게 강제로 시작된 교육은 세상의 문제에 대면할 용기를 주고 있다. 그 결과 성폭행 생존자들을 돕는 방법을 배우거나, 심폐소생술을 익히는 것과 같은,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한 선택까지 하게 되었다. 이게 교육의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