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주최 '평양-남포 통일 마라톤대회`가 2005년 11월 24일 오전 평양 서산경기장에서 남북 선수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 남자부 참가자들이 평양 서산경기장을 출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람들은 만나면 손을 잡는다. 업무상 만나서 나누는 악수도 있고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친구와 나누는 악수도 있고, 심지어는 전쟁 중인 적과 하는 악수도 있다. 내 손에 전해오는 상대편의 촉감과 체온이 상황에 따라 매번 다 다른 것은 물론이다. 놓기 싫을 정도로 따뜻하고 감미로운 느낌이 있는가 하면 그저 무덤덤한 스킨십에 지나지 않는 악수도 있고 심지어는 자신도 모르게 얼른 놓아버리는 손도 있다.
2005년과 2018년, 남과 북이 맞잡은 손
문재인 대통령이 잡은 김정은 위원장의 손은 어땠을까? 살집이 좋아서 두툼한 그의 손을 그 날 하루, 족히 열 번은 넘게 잡았을 텐데도 문 대통령은 악수를 나눌 때마다 처음인 듯이 반갑게 살갑게 따뜻하게 잡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 술 더 떠서 깜짝 월경을 하면서는 문대통령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을 마치고 악수를 나눌 때는 두 손을 잡은 채로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려 동반 승리의 기쁨을 표현했다.
2005년 11월 24일 평양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평양-남포 통일 마라톤(마라손) 대회'가 열렸다. 당시 마라톤을 즐기는 이들에겐 이번 남북정상회담만큼이나 엄청난 사건이었다. 남북 시민 수백 명이 팬티 하나 걸치고 같이 평양 시내 한복판을 달린다는 것을 상상해보라. 당장에 CNN 속보로 전 세계에 타전될 일이다.
그러나 당시는 행사의 상징성 뿐만 아니라 남북 당국자들의 진정성도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참여정부의 흠결을 찾아내는 것을 사운으로까지 걸었던 보수 언론들은 침묵했고 국민들은 제대로 사실을 알지 못했다. 13년이 흐른 지금 3박 4일 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은 사진 속만큼 또렷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두 번의 따뜻했던 악수는 지금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