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순천만 국가정원은 지금 온갖 꽃들로 가득하다
강상오
집을 떠나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밤새 뒤척이며 잠을 자지 못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어머니도 밤새 잠을 못 주무셨다고 했다. 그 덕에 피곤하긴 했지만 아까운 시간을 허투루 보낼순 없기에 아침 일찍 준비하고 둘째날 여행 일정을 시작했다.
둘째날 여행은 순천 일대를 돌아보고 저녁에 여수로 넘어갈 계획이다. 첫 코스는 순천 드라마 촬영장으로 갔다. 아침 저녁으로 일일 연속극, 주말이면 주말 연속극까지 꼬박 꼬박 챙겨볼 만큼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위한 맞춤 코스다. 순천 드라마 촬영장에는 80년대 서울 변두리 거리가 그대로 재연돼 있으며 좀 윗쪽으로 걸어올라가면 달동네가 그대로 만들어져 있다.
어릴적 우리집은 부산 사상구 주례동의 한 허름한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에 살았다. 집들 사이 사이로 골목길에서 동네 친구들과 딱지치기하며 뛰어 놀았고 앞집, 뒷집, 옆집 모두 한가족들처럼 친하게 지냈다. 고등학교 시절 김해로 이사를 오면서 고향을 떠났는데 순천 드라마 촬영장의 달동네를 돌아보며 옛스러운 달동네 골목길을 보며 어린시절 친구들 생각이 났다.
드라마 촬영장을 나와 순천 도심에 있는 '패션의 거리'와 '문화의 거리'에 들렀지만 오전 시간이라 옷가게들이 밀집되어 있는 구 도심 패션의 거리는 썰렁했고 문화의 거리는 공사중이라 들어가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점심 먹고 오후에 가려고 했던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엄청 넓었다. 제대로 구경하려면 4시간 이상을 걸어다니며 구경을 해야 다 볼 수 있을 정도의 규모라고 한다. 내부 지도를 손에 들고 여기저기를 돌아보며 구경을 시작했다. 봄이라 튤립을 비롯한 여러가지 꽃들이 곳곳에 피어있어 천천히 걸으면 꽃향기가 코 끝을 자극했다.
순천만 국가정원에서는 '스카이 큐브'라는 미니 전동 열차를 탈 수 있었다. 큐브 모양의 작은 전동차를 타고 순천만 습지까지 갈 수 있다. 차를 순천만 국가정원에 세워두고 스카이 큐브를 이용해 순천만 습지까지 한번에 관람이 가능했다. 하지만 중간에 점심 때가 겹쳐 있어 우리는 스카이 큐브 타고 왔다갔다 하면서 경치만 구경하고 순천만 습지는 오후에 따로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