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에 나누어 찍은 대가족의 단체사진가운데에서 미소를 머금고 계신 노할머니를 필두로 몇번에 나누어 대가족의 가족사진을 찍었다.
송승희
다니의 가족은 부모님, 다니, 막내 카타의 서열 순서대로 노할머니께 다가가 볼뽀뽀를 드렸다. 귀가 안 좋으신지 다니가 할머니 귀 바로 옆에 입을 대고 안부를 묻는다. 나도 어색했지만 할머니께 다가가 양 뺨에 입을 맞춰 드렸다. 그녀는 100세가 거의 가까운 고령의 나이에도 내 손을 한번 꽉 쥐며 잘왔다, 하신다.
뒤이어 우리는 마당으로 나가 자리를 잡았다. 식탁 위에는 올리브, 여러 종류의 치즈, 메추리알, 견과류, 과일, 과자와 온갖 음료 등이 차려져 있다. 우리나라 남도만 상다리 부러지게 차리는 줄 알았더니 칠레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윽고 내 팬미팅(?)이 시작되었다. 내 곁을 빙 둘러싼 다니의 일가 친척들은 어디서 왔느냐, 진짜 이름은 뭐냐부터 시작해서 음식은 입에 맞느냐 이 전통술은 시음해봤냐며 우윳빛 술이 담긴 동이들을 내 앞으로 들이미신다. 너무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만 따라 혀를 적시니 모두가 좋아하신다.
아직 꼬마인 아이들은 내 근처에서 부끄러운듯 쭈뼛거렸고 머리가 더 굵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지 내게 이것저것 영어로 묻기 시작한다. 한 아이는 아이돌 그룹 엑소의 팬이라며 그들의 사진을 내민다. 그러자 다른 아이가 질투가 났는지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무작위로 늘어놓기 시작한다. 나는 맞장구를 쳐주며 아이의 더벅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옆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다니는 내게 작게 속삭였다.
"내가 장담하는데, 너한테 오늘 밤은 정말 길 거야."성탄절 가족행사, '숨은 산타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