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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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오늘날 우리와 세계의 현실을 사유할 때, 신채호는 탈식민주의와 탈지배를 상상한 '독창적 사상가'로서 두고두고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 역사에서 "민중"을 발견하고 설파한 인물 역시 사실상 그가 최초였다. 그의 민중 담론은 현재까지 한국사회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현재 신채호의 유고 대부분이 평양의 인민대학습당에 보관돼 있다는 점이다. 1928년 신채호는 무정부주의동방연맹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환 위조를 시도하다 같은 해 5월 대만 기륭 우편국에서 일제에 체포됐다. 이후 신채호의 친필 원고는 천진에서 독립운동을 벌이던 박용태에 의해 보관되다 해방 이후 주중 북한대사관을 통해 북한에 전달됐다.
사정이 이런 탓에 1970년대 이래 남한 역사학계에서 신채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고, 지난 2008년에는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에서 전 9책의 <단재 신채호 전집>을 완간했지만, 상당수의 신채호 유고는 여전히 우리에게 접근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심지어 유고의 정본을 확정할 수 없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신채호 사상의 정수(精髓)에 접근하려면, 남한 일반에도 잘 알려진 그의 역사저술만이 아니라 문학작품과 각종 선언문 등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관련 원본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아울러 미공개 유고의 경우 신채호의 저술 및 사상에 관한 기존의 해석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확인 역시 매우 중요하다.
물론 그동안 북한에서 소장하고 있는 신채호 유고를 접촉하려는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충북대 사학과 박걸순 교수의 '북한 소장 미공개 신채호 유고의 현황과 성격'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이미 1972년 남한 최초의 <단재 신채호 전집> 간행 당시 신채호의 아들 신수범은 북에서 간행된 신채호 저작 선집(<룡과 룡의 대격전>)을 각고의 노력 끝에 일본에서 입수했다. 그러나 이것이 빌미가 돼 관계당국에 의해 간첩으로 오인 받는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이후 지난 2005~2006년 무렵에도 독립기념관 주도로 북한 소장 신채호 유고 수집 계획을 추진했으나 끝내 북한 소장 신채호 유고의 목록 확인에 그치고 말았다고 한다.
2018년, 지금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그러니 이번만큼은 남북의 역사학자, 국문학자, 철학자 등 유관 분야 학자들이 신채호의 유고를 함께 정리하고 연구할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신채호는 남과 북이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인물이 아닌가?
그동안 남북의 분단은 수많은 역사 속 인물들의 참모습과 그들이 남긴 유산마저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신채호를 비롯해 우리 근현대사의 허다한 인물들이 그렇다. 지금 한반도의 '역사적 전환'은 기존의 역사서술 및 해석에 대한 전환 역시 수반해야 할 것이며, 또한 그럴 수밖에 없다. 남북 간 신채호 유고의 공유와 이를 통한 신채호 사상의 온전한 복원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만이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해당 작업은 종래 한반도 주민들이 자신의 삶을 대하던 방식과 철학에 대한 근원적 시각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올해 초 국사편찬위원회는 2018년도 남북협력 국제교류 기초조사 연구지원 대상자 공모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올해 남북 역사학계는 개성역사지구 유네스코 세계유산 관련 자료 조사, 제18차 항일역사문제 학술회의, 제6회 한·중 역사가 포럼, 남북협상 70주년 기념 공동행사, 남북역사학 국제학술회의 등 5건의 학술회의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정된 학술회의의 제목에서 드러나듯 일제침략과 항일투쟁의 문제는, 남북한 역사학계 공히 관심이 높은 주제이기도 하다. 남북 모두 근원적 통찰력과 상상력으로 빛나는 신채호 사상을 통해 식민지와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시야를 넓혀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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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시민.
사실에 충실하되, 반역적인 글쓰기.
불여세합(不與世合)을 두려워하지 않기.
부단히 읽고 쓰고 생각하기.
내 삶 속에 있는 우리 시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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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있는 신채호 유고 원본을 직접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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