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지난 3월 15일,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모여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의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출처: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반쪽짜리 정규직화'를 아시나요? 올해 2월 6일, 서울대학교 본부와 서울대 용역·파견 노동자들이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를 통해 3월 1일자로 서울대에서 근무하는 763명의 용역·파견 노동자의 총장발령 직접고용 무기계약직 전환에 합의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에 따라 구성된 협의회에서 작년 12월부터 논의를 거듭한 끝에 결정된 것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기간제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고 무기계약직화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따라 서울대학교 노동자 763명이 마침내 '기간제', '간접고용' 신분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많은 언론이 서울대의 '통 큰 정규직화' 결정을 환영했다. 그런데, 정작 현장 노동자들은 "용역‧파견 시절보다 처우는 악화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 기계전기 노동자들은 이번 무기계약직화 과정에서 정년 감축에 합의해야 했다.
또한, 작년에 이미 해고 철회 투쟁을 거쳐 무기계약직화를 먼저 이뤄낸 서울대 '비학생조교'(학사운영직, 학교 행정 사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전환 당시 평균 20%에 달하는 임금 삭감을 감내해야 했다. 대외적으로는 서울대의 무기계약직화 결정이 노동자들의 삶을 대폭 개선한 '정규직화'인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실제로 이 과정은 노동자들에게 '고용안정'이라는 당연한 권리를 얻기 위해 존엄과 생계를 협상해야 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현 정부는 무기계약직화를 정규직화로 규정하고 이를 권장하지만, 법적 고용형태 이외의 임금, 복리후생 등 실질적 고용조건 결정은 각 기관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직접고용‧무기계약직화에 따른 추가 비용을 어떻게든 줄이고 싶은 각 기관은 노동자들에게 더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강요하게 된다. 이런 문제로 곳곳의 현장에서 정규직화를 둘러싼 진통이 있었다. 이러한 맥락 위에서, 서울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당장 해고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는 벗어났지만, 그 대가로 더욱 열악한 처우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 서울대학교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만나 지난 3월 15일,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을 출범시켰다. 비정규직을 똑같이 차별하면서 정규직이라고 이름만 바꾸는 보여주기식 정책 말고, 모든 노동자를 '진짜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서울대학교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총학생회,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등 서울대학교 내의 21개 학생단체와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일반노조 청소경비분회 및 기계전기분회 3개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손을 잡고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을 결성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