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 당시 시민들과 계엄군들이 금남로에서 대치하고 있다.
5.18 기념재단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왜 찔렀지 왜 쏘았지 트럭에 싣고 어딜 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산자들아 산자들아 모여서 함께 나가자 욕된 역사 고통 없이 어떻게 헤치고 나가랴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대머리야 쪽바리야 양키놈 솟은 콧대야 물러가라 우리 역사 우리가 보듬고 나간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피! 피!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라는 강렬한 후렴구와 함께 4절로 구성되어 있는 <5월의 노래 2>는 그날의 참상을 매우 직설적으로 담고 있다. 광주의 아픔과 슬픔, 분노와 결의를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
어느 이름 모를 작자에 의해 편곡된 이 노래는 우리들에도 친숙한 '홀리데이(Holiday)'의 프랑스 샹송 가수, 미셸 폴나레프(Michel Polnareff)의 번안곡이다.
1970년대 프랑스 어느 재개발 지역에서 한 할머니가 정성 들여 가꾼 정원이 도시계획으로 망가지는 것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다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그 할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Qui a tue grand maman)>가 원곡이다.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저항하다 죽임을 당한 무고한 할머니를 추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곡과 <오월의 노래 2>는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이 곡은 <목마와 숙녀>로 잘 알려진 '노래하는 시인' 박인희가 1978년 원곡을 개사해서 <사랑의 추억>이라는 음반을 내며 소개했는데 원곡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또한 뉴 에이지 피아니스트 이루마(Yiruma)가 'When the Love Falls'라는 피아노 곡으로 편곡하여 드라마 <겨울 연가> OST로 삽입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서정적 멜로디와는 다르게 가사의 내용은 광주민주화운동 기간 중 무참하게 짓밟힌 채 피어나지 못한 꽃봉오리 열아홉 소녀, 손옥례 열사의 죽음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열흘 동안의 항쟁 기간 중에 가장 처참하게 학살당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손 열사다. 손 열사는 여고를 막 졸업하고 제약회사에 합격하여 출근 일자를 기다리고 있던 5월 19일 친구 동생의 병문안을 갔다가 소식이 끊겼다.
5월 21일 손 열사는 처참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검시서에 의하면 우측 가슴과 턱 그리고 골반부와 대퇴부에 M16 총탄이 관통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계엄군들은 그녀의 젖가슴을 대검으로 찢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손 열사는 망월동 제3묘역에 영면하고 있다. 손열사의 아버지는 망월동에서 실신한 후 1년여 만에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도 그로 인한 충격에 중풍으로 6년 동안 누워서 살다가 한 맺힌 이승과 작별했다. 동생 손병석씨도 계엄군에게 두들겨 맞고 후유증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한 가정이 참혹하게 파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