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가 허달용씨가 자신의 수묵채색으로 완성한 자화상 시리즈 사이에 섰다.
김미진
- 요즘 미술대에서는 동양화가 폐강이 되는 곳이 제법 있다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수묵이 어려운 작업이기는 해요. 다른 작업들은 마음에 안 들면 지우고 고쳐 할 기회가 있기도 하는데 수묵은 그렇지가 않아요. 더군다나 우리는 서구의 미술 위주로 교육을 받았고,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져 버렸고, 생활도 서구적으로 변했죠. 원색에 가까운 색채에 더 익숙하고, 미술판도 자본의 논리를 따라가게 되니 수요가 적은 수묵이 발붙이기 어렵게 되었어요.
하지만 수묵은 우리 민족의 미술이기도 하고, 형상화 이전에 철학적 사고를 많이 요구해요. 요즘 사회는 정적이거나 느림보다는 빨리빨리를 요구하잖아요. 결과로 바로 연결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수묵화의 수요가 적으니 대학이나 그림 그리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기피하게 되는 거지요. 어떤 면에서는 문화에 대한 품격이나 고민이 가벼워지고 있는 듯 한데 힘들더라도 단단해지고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선생님께서는 평생을 통해 그림을 그리셨을텐데 '그림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정의를 한다면 무엇일까요?"종교. 그림이 저에게는 종교라고 생각해요. 하느님 믿듯이 무작정 믿고 따르는 거. 그림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변화 시킬 수 있으니까 저에게는 종교인 거죠.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도, 또 그림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우리는 그림 그릴 때 예쁘게 그릴려고 하지 말자.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거지만 그 전에 우리들에 대해서 고민 많이하고, 공부하고, 대상에 대한 올바른 관심과 애정을 담자. 머리로 그리지 말고 뜨거운 가슴으로 그리자' 뭐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고는 해요."
붓이 그렇다. 날렵한 선으로 보인다고 해서 빨리 그려낸 것만은 아니다. 날렵하되 가볍지 않기 위해 화선지 위에서 날렵한 붓끝은 제 무게를 딱 실을 만큼만 실었을 것이다. 그 흉중에 품은 먹물 또한 그랬을 것이다.
허달용 작가는 수묵화를 통해 흉중에 자신이 품은 민족의 미술과 민중의 미술에 대한 고민을 품고 그것을 풀어낼 것이다. '민중의 진경(眞景)'을 그리던 허달용 작가가 '묵언의 빛'을 밝히며 전시를 진행한다. 그의 기도 같은 묵언 앞에서 갑자기 거실 책상 위에 뒹굴고 있을 나의 붓들이 생각난다.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나는 무엇을 그리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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