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남소연
다시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인터뷰를 하고나니,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목적지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걸 상기하게 됐다. '이번엔 커다란 역사적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덜컥 특별취재팀에 합류했지만 좋은 결실을 보도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 의원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초대 수석대표였다. 그 전엔 남북 사이 비공식 외교 경로인 '뉴욕 채널'을 개설하고 남·북·미·중의 4자회담에도 참여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 최일선에 있었던 외교관이었고 국가정보원 1차장까지 역임했다. 지난 2016년 대선을 준비하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의 '인재영입 3호' 인사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고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그런 이 의원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게 맞다. 가야할 길이 길고 어려우니 낙관과 신중 모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일괄 합의 하에 포괄적 해결을 선언·약속"한 뒤 "이행은 단계적으로"하는 과정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후속 협상 과정에 대해선 "양자회담 뒤 남북미중 4자 또는 6자회담을 하거나, 순서를 바꿔서 하거나. 어쨌든 '핵협상 시즌 Ⅱ' 같은 모델로 진행될 걸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 핵문제는 남북간만의, 북미간 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이 '이미 실패한 북핵 해법'이라 명명한 6자회담이 중요하다니. 하지만 이 의원은 "6자회담을 통한 핵협상의 경험이 이번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지금은 훨씬 어려워진 측면이 있지만 합의를 도출한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을 만났고 그 뒤 공개된 '폼페이오 방북' 상황 등을 전화인터뷰로 보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동아시아 국제지형 바꾸는 사건...그러나 '합의'가 해결은 아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 내정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이미 만나고 왔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낙관과 열의를 표하고 있다. 6월 초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가 평양에 비밀리에 다녀오고, 여전히 북미정상회담이 속도를 내고 있는 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기대한다', '성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에서 북·미, 한·미 간에 합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긍정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정부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면 북미회담장에서 그냥 나오겠다'는 등의 발언을 했으나, 최근 한미 양측에서 종전선언, 평화협정 문제가 거론되고 있으므로 이 문제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전망된다. 때문에 북미정상회담 전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그동안 북미 간 쌓인 오해와 이해관계, 그리고 합의 가능성 등 남북이 먼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북미 정상회담이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상호협력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요구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을 어떤식으로 보장하느냐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장기적 플랜을 가지고 남・북・미가 미래지향적인 협상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은 연계돼 있다'고 하는데, 북미회담의 성공을 위해 그에 앞선 남북회담에선 어떤 점들이 합의가 돼야 한다고 보나."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조율해 생산적인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통해 남과 북이 한반도의 휴전상황을 '종전'하고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논의를 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종전', '한반도 평화체제'는 지난 73년간 한반도를 분단과 대립으로 구속시켰던 한반도의 구도를 전환하는 것이며, 한반도 주변국가와 동아시아 전체의 국제지형을 바꾸는 사건이 될 것이다."
-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북핵의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합의하면 이전과는 달리 북핵 폐기의 현실화를 이룰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가 있을 경우, 그것은 선언적 효과를 지닌, 고도의 정치적 합의일 거라고 본다. 이러한 중요한 문제를 국가 정상들이 나서서 직접 하겠다는 것은 이례적이며, 역사적이고, 기념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 번의 회담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상간 합의해서 비핵화 하겠다는 건 해결한 게 아니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상들이 합의하면 금방 해결되는 걸로 생각하지만 비핵화에 있어서는 절차와 과정에 대한 실무협의가 필수적이다. 정상들 간에 '큰 틀 합의'를 하고 나면 핵폐기를 위한 디테일한 내용의 협상이 필요할 것이다. 디테일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므로 북한과의 전폭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비핵화가 실현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폐기 과정이 절차상 일시에 완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핵 폐기는 핵무기(핵탄두 등)·핵물질(플루토늄, 연료봉, 농축우라늄 등)·핵시설(원자로)·핵 개발 프로그램 등의 폐기를 의미한다. 일부에서는 이런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북한은 그 과정과 방법을 단계적, 미국은 일괄타결하려고 한다며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것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게 아니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도 아니다. 일괄 합의 하에 포괄적 해결을 선언, 약속하고, 이행은 단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핵동결은 곧 '폐기', '해외반출' 제기될 수도...악마는 디테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