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전원복직을 바라는 시민릴레이, 참여자 이남신
이남신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님께 드리는 글
시민모임 손잡고의 운영위원 이남신입니다.
안녕하기 어려우실 최종식 사장님,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피눈물 어린 아우성이 들리지 않습니까? 쌍용자동차를 생각만 해도 싫어지는 요즘입니다.
32일 단식투쟁을 진행한 김득중 지부장의 건강 회복이 쉽지 않다는 소식에 정말 속상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김득중 지부장의 초췌한 얼굴 사진을 보며 이게 뭔가 싶기도 했습니다. 함께 살자고, 인간답게 노동하자고 투쟁했는데 네 번이나 단식을 반복하며 자신의 몸을 희생한 한 노동자의 모습에 서글퍼졌습니다. 그가 짊어졌던 십자가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출구 없는 이 싸움의 끝을 바라보며 그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노조는 헌법이 보장한 합법적인 노동자 이해대변 기구이자 대중조직일 뿐인데 목숨까지 걸어야 하나, 부질없는 상념이 이어졌습니다.
저도 사측 탄압에 맞서 하루가 멀다 하고 투쟁으로 지새운 이랜드노조에서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직을 수행하면서 많은 걸 느꼈습니다. 투쟁보다 훨씬 어려운게 교섭이고 교섭보다 더 어려운 게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노사 간 대립이 적대적일수록, 노조의 투쟁강도가 높을수록 합의도 어렵고 그 합의를 신의성실 원칙 속에서 지켜내는 것도 만만찮은 일임을 뼈저리게 겪어보았기 때문에 이제야말로 작심하고 일단락지을 때라 확신합니다.
이제는 사장님이 결자해지해야 합니다. 문제해결의 열쇠는 사장님이 쥐고 있습니다. 의자놀이처럼 해고노동자들을 때마다 낭패에 빠뜨리는 비인도적 방식의 선별면접복직은 잔인합니다. 일괄복직이 그리도 어렵다면 노조가 응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사측이 먼저 제시해야 마땅합니다.
희생을 치를 만큼 치른 노동자들에게 뭔가를 다시 요구하는 건 지나친 일입니다. 누구도 원치 않았겠지만 여기까지 온 만큼 매듭지어야 합니다. 안타깝게 세상을 저버린 스물아홉 분의 노동자와 가족들을 떠올린다면 손에 움켜쥘 이윤이 그리 소중합니까. 민주노조 배제와 고립이 그리 중요합니까. 생명보다 귀한 게 어디 있단 말입니까. 저는 사장님이 지금처럼 완고한 이유가 잘 납득되지 않습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너무 희생이 많았습니다. 노조는 이번 주 일요일(지난 15일)에도 세 번째 워낭소리 행진(노동자들이 차에 밧줄을 매달아 끌고 가는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원복직 합의를 했는데도 왜 이래야 할까요. 저는 솔직히 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상을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맘이 힘들었거든요.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싶어 말도 못 보탰습니다만 해고노동자들과 가족들이 굳이 워낭소리 행진을 하지 않더라도 사측을 믿을 수 있도록 사장님이 맘먹고 역할 해주시길 간청드립니다.
고통이 크고 깊고 길었던 만큼 쌍용자동차 사태야말로 끝이 좋아야 합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양 끝의 줄을 쥔 노사가 더 이상 줄다리기하지 않고 손 맞잡고 상생의 길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제대로 된 사태 해결을 통해 쌍용자동차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중책을 맡아 고심이 크실 사장님께서 결단을 내려주시길 간곡하게 당부드립니다.
쌍용자동차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근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꼭 밝은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주시리라 믿겠습니다.
부디 강건하시길.
쌍용자동차해고노동자 전원복직을 염원하는 시민 릴레이 단식 일곱째 날
2018년 4월 10일 이남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