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도구>는 도구를 통해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는 그림책이다. “한 사람이 구두를 만들며 살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이 옷을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그림을 그려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누군가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는 권윤덕 작가 말처럼 서로의 노동인 연결돼 있음을 깨닫는다.
신정임
첫 번째 책은 권윤덕 작가가 지은 <일과 도구>(권윤덕, 길벗어린이)였어요. 작가는 '우리 동네'를 그리겠다고 찾아간 방앗간, 병원, 의상실 들을 취재하면서 일터마다 즐비하게 널려 있던 도구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해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이 그림책엔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들이 화려한 색채로 표현돼 있습니다. 우리 삶이 이 아름다운 노동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이요.
예쁜 그림이 말을 거니 함께 느낌을 공유합니다. "평소 병원에 가도 진찰 받는다고만 생각하지, 일로 바라보지 않는데 도구를 중심으로 보니 그 역시 노동이라는 걸 알겠네요." 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의 작업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는 <일과 도구> 덕에 우리는 깨닫습니다. 우리가 먹거나 쓰고, 이용하는 모든 것 중 노동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걸. 결국 우리 삶이 다른 사람들의 노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그 노동들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 뿐이지요.
'노동'이 나오니 무엇을 노동으로 볼지를 한참 이야기했어요. "엄마, 일하시니?"라고 물을 때 "아니, 집에 계세요"라고 답하는 것과 가사관리사가 돈을 받으면서 일하는 것의 차이는 뭘까요? '재능 기부' '봉사' 같은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많은 무료노동들은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인정받고 있을까요? 왜 우리는 '노동' 하면 허드렛일처럼 몸 쓰는 일만 생각할까요? 우리도 정답은 모릅니다. 의문을 품고 사회가 함께 기준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겠죠. <일과 도구>는 후기를 보면 작가가 얼마나 이 책에 정성을 쏟았는지가 느껴집니다.
"이 책을 그리면서 꿈꾸었다.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존경받고 행복해지는 꿈, 농부가 더 이상 자신이 농사지은 배추를 갈아엎는 세상이 되지 않기를, 동네 병원 의사가 기계 돌리듯 3분에 1명씩 환자를 돌보지 않아도 되기를, 정성 들여 만든 옷이 덤핑으로 팔려가 재고 진열대 구석에 쌓이는 일이 없기를."
의사는 남자, 의상실 디자이너는 여자처럼 성역할이 고정화돼 있는 모습이 좀 아쉽긴 해도 노동의 결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