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보도의 구성을 그대로 따라 간 TV조선의 시사 토크쇼(4/10)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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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4/10 https://bit.ly/2HCNmCF)는 '북한 주민들의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몰래 유통', '한국 가요를 듣고 춤을 춘 북한 청소년들의 교화형' 등 비교적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기에 앞서 '북한 주민들의 백지영 사랑'을 길게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연을 몰래 본 사람들은 백지영이 부른 잊지 말아요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이 노래는 2009년 방영된 드라마 아이리스의 주제곡,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지금도 북한에서 인기리에 북한에서 몰래 유통되고 있다", "소식통은 사람들이 아이리스는 꿈과 같은 상상 속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주제곡을 부른 가수가 직접 평양에 온 현실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등의 내용인데 이런 내용이 보도의 절반 이상입니다.
이 역시 익명 소식통의 전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북한 내부의 USB 유통'이라는 핵심 내용과는 별반 관련도 없습니다. 보도를 뒷받침할 구체적은 근거나 취재 사실이 없다보니 '가십'으로 보도를 채운 겁니다.
그런데 이런 구성을 TV조선도 그대로 따랐습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4/10)은 조선일보 <북 청소년 4명, 한국노래 듣고 춤췄다고 1년 노역>(4/10), <北방송 레드벨벳 통편집했지만… 주민들, USB 몰래 구해서 봐>(4/10)를 먼저 짧게 소개한 후 대담을 이어갔는데요. 진행자 김광일 앵커는 "우리가 평양에 가서 했던 두 차례의 공연, 이 공연을 몰래 본 사람들이. 그러니까 감시의 눈이 있었던 그 공연장의 객석이 아니라 몰래 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이번에 밝혀졌습니다"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평양공연을 몰래 본다'는 보도 내용을 사실로 전제하고는 '북한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밝혀졌다'는 식입니다.
이에 양은경 기자는 "저도 사실 그 평양 공연에서 그 노래가 제일 인상 깊었는데요. 백지영 씨, 잊지말아요"라고 답했고 그 근거를 덧붙였는데 동아일보 기사를 그대로 읽는 수준이었습니다. 양 기자는 "북한에서도 한국 드라마들을 몰래 USB 같은 거로 유통해서 보잖아요. 그 드라마 중의 하나가 아이리스라는 드라마가 있어요. 2009년도에 나온 드라마", "그 주제가가 바로 이번에 백지영 씨가 부른 잊지 말아요", "드라마 속에, 정말 상상하던 몰래 보던 드라마 속의 USB의 가수가 오니까 북한 사람들 말로는, 요즘 말로 이게 실화냐. 이런 상황이 된 것"이라 덧붙였습니다.
발언 내용이 동아일보가 '북한 소식통' 전언으로 전한 것과 완벽히 일치합니다. 양은경 기자가 직접 확인하거나 취재한 내용이 아니라, 동아일보 기사를 그냥 읽은 것입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역시 동아일보 기사와 똑같은 내용을 말했습니다. 하 씨는 "가사가 '우리 서로 사랑했는데 우리 이제 헤어지네요, 같은 하늘 다른 곳에 있어도 부디 나를 잊지 말아요'. 이게 꼭 남북관계를 형상화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남북의 어떤 헤어진 동포를 연상하게 하는 가사가 북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런 이야기"라고 말했는데 이는 동아일보 기사 중 "이 노래의 후렴구인 '우리 서로 사랑했는데 우리 이제 헤어지네요. 같은 하늘 다른 곳에 있어도 부디 나를 잊지 말아요'는 남북의 안타까운 분단 상황을 연상시킨다. 당시 공연 현장에서도 이 가사에 눈물짓는 북한 관객이 유독 많았다"는 부분과 일치합니다. 이렇듯 TV조선 <신통방통>(4/10)은 동아일보 기사와 똑같은 구성과 내용으로 방송을 채웠습니다.
게다가 같은 날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와 <이것이정치다>도 똑같은 내용으로 대담을 진행했고, 그렇다보니 아래 그림처럼 자료 화면까지 똑같은 경우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