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니 벨리니. 순교자 성 베드로의 암살(1507년경.내셔널 갤러리)
내셔널 갤러리
이 그림은 조반니 벨리니(이탈리아,1430-1516)가 그린 '순교자 성 베드로의 암살(1507년경)'이라는 작품이다. 왼쪽에 베드로가 칼에 찔리고 있고 정면에는 보조수사 한 명이 잡히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그림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배경은 숲속이다. 모두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처럼 평화롭게 나무를 하고 있다.
눈 앞에서 사람이 칼에 찔리는 끔찍한 상황에도 놀라거나 제지하는 사람은 없다. 16세기에도, 지금도, 현실은 다르지 않나 보다. 벨리니는 비극적인 상황을 더 비극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주변에 무관심하게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그려 넣었다.
이런 마음은 어떻게 표현하는 게 정확할까. 나는 그림 속 나무꾼들처럼 나무를 하고 있었다. 당장 땔감이 필요하니까 성실히 내 일을 했다. 열심히 사는 건 위대하진 않더라도 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맞는 말일까. 나에게 일어난 일은 시간차를 두고 남에게도 일어난다. 반대로 남에게 일어난 일은 나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날벼락 같은 일은 부지불식간에 덮쳐 와서 삶을 파괴하는데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나는 어떻게 견뎌야 할까.
영화 속 생존자들처럼 온갖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나 또한 내 귓속에 에프킬라를 뿌릴지도 모른다(영화 속 생존자 중 1명은 사고 후 불면과 이명에 시달리다 자기 귀에 에프킬라를 뿌리고 피가 줄줄 흐를 때까지 팠다고 한다). 그러니 무관심은 좌절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죄다. 그래서 부끄러웠다. 나 혼자서 뭘 어떻게 해. 나 따위가 뭐라고 떠든다고 세상이 바뀌냐는 생각에 모른 척 눈감은 내가.
소외는 돌고 돌아 내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