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짜증을 피하는 법

짜증바이러스 예방주사

등록 2018.04.15 19:59수정 2018.04.1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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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생활을 하다보면 상대를 어느 정도 알게 된다. 무엇을 하면 어떻게 반응할 것이란 예상이 되며, 그것은 하나의 공식처럼 알게 되는 것이 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상대가 화를 낼 것이다'라든가 '화가 난 상대를 어떻게 풀어주어야 한다든가'하는 둘만이 알고 있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화의 정도에 따라서 풀리는 시간이라든지, 하고 싶은 말은 상대가 어떤 기분일 때 하면 잘 들어준다든지 하는 것.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불필요한 싸움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이다. 꼭 부부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족들 사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공식이 있다.   

아내가 아들에게 짜증을 내었다. 그러고는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나에게 하소연을 한다.

"생각은 안 그런데 왜 자꾸 짜증을 내는지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아내는 몸이 피곤하면 짜증 바이러스가 생기고 그것을 가족에게 전염시킨다. 예전에는 그 심리를 알 수가 없어서 나도 같이 화를 내곤했다. 그러면 그것이 부부싸움으로 변해 서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곤 했다.

아내 '짜증 바이러스'의 정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짜증 바이러스의 정체가 피곤함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내는 피곤하면 짜증을 잘 내었다. 그것은 하나의 공식처럼 느껴졌고, 아내에게

"컨디션 관리를 잘 해야 되요. 당신은 피곤하면 주위에 있는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는 것 같아요. 그러면 다른 가족까지 기분이 안 좋아져요."   


이렇게 조언을 해주곤 하지만 아내는 그것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짜증이란 부정적인 안경을 쓰는 것과 같다. 그 안경을 쓰면 모든 것이 화가 나는 일로 보인다. 아내의 경우 피곤하면 그 안경을 쓰는 것 같고, 그러면 가족 모두의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좋은 기분이 아내의 짜증 폭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오늘 아내에게 낮잠을 자도록 권유하였다. 보통 우리 부부는 아침 6시가 되기 전에 잠을 깬다. 나는 점심을 먹고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기에 오후에도 피곤하지 않다. 그리고 밤 10시 정도가 되면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잠을 잔다. 하지만 아내는 낮잠도 거의 자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잠을 자는 시간도 저녁 11시 이후이다.

젊었을 때는 체력이 받쳐주지만 아내도 이제 중년이 되었고, 더 이상 예전처럼 체력이 뒷받침되어주지 않는다. 매일 운동은 하지만 밀려오는 피곤함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내에게 낮잠 자기를 권유한 것이다. 낮잠은 징검다리와 같다. 하루라는 강을 건너기에 긴 시간, 중간에 징검다리를 밟으면 그만큼 건너기가 수월해지는 것이다.

그 징검다리가 낮잠이다. 어제는 나도 피곤하여 목이 부었고, 아내도 피곤하여 예민해져 있었다. 그런데 밤에 배가 고파진 아이가 음식을 먹으려고 그릇 소리를 달그락거렸고 그 소리에 아내가 잠을 깬 것이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어갈 일이었는데, 피곤했던 아내는 주방으로 가서 아이에게 짜증을 부렸다. 아이는 갑작스런 아내의 짜증폭탄을 맞고 어찌할 줄을 몰랐다.

아침이 되었고 아내는 자기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나에게 하소연을 한 것이다. 점심시간 즈음에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식사 맛있게 했어요?"
"예, 금방 먹었어요."
"그럼 그늘을 찾아가서 차 안에서 좀 쉬세요."

라는 말을 해주었다. 이것은 아내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가족들을 위한 말이기도 했다. 아내가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의 전화는 짜증 바이러스가 생기는 것을 원천 방지하기 위한 예방주사인 셈이다.

부부 생활을 하다보면, 각자가 느끼는 그런 공식이 있을 것이다. 그 공식을 잘 활용하면 불필요한 싸움을 방지할 수 있고, 보다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게 현명하게 사는 방식이다.
#CYYOU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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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생활 속에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들꽃은 이름 없이 피었다 지지만 의미를 찾으려면 무한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들꽃같은 글을 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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