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모습과 초벌구울 때 파손 된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김미진
전시장 한편에 몸의 아랫부분이 깨어진, 우는 듯한 인물상이 놓여있다. 초벌을 구울 때 터져버린 작품이라고 한다. 삶이 있고, 죽음이 있다. 몸이 흘러 내린 듯하다. 어쩌면 조각조각난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내 몸이 좌대로 올라간 듯 그 앞에서 속절없이 흘러내린다. 내 앞에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 있다. 시 한 편이 생각난다. 눈이 뜨거워진다.
"구야, 니 고디가 새끼를 우째 키우는지 아나, 고디는 지 뱃속에다 새끼를 키우는 기라, 새끼는 다 자랄 때꺼정 지 어미 속을 조금씩 갉아묵는다 안 카나, 그라모 지 어미 속은 텅 비게 되것제, 그 안으로 달이 차오르듯 물이 들어차면 조그만 물살에도 동동 떠 내려간다 안 카나, 연지곤지 찍힌 노을을 타고 말이다, 그제사 새끼들은 울 엄마 시집간다꼬 하염없이 울며 떼를 쓴다 안 카나, 울엄마시집간다꼬 -, 울엄마시집간다꼬-"-'울 엄마 시집간다 '중에서, 신철규전시장에 놓여진 테이블에 김 작가와 같이 앉는다. 다시 처음부터 둘러 본다. 눈길을 먼저 뺏는 것들이 있고, 오래 뺏는 것들이 있고, 다시 뺏는 것들이 있다. 작품이 가진 저 마다의 호흡과 울림이 달라서일 거다.
어쩌면 감상자의 호흡과 울림에 서로 간섭이 일어나서 공명의 파동이 증폭되는 것일 거다. 앉아서 차분히 보니 하얀 부조가 눈에 들어 온다. 가까이서는 한 눈에 들어오지 않다가 멀리서 보니 한 눈에 들어온다.
-선생님 저 하얀 부조도 참 은은하니 좋네요. 빛이 그림자를 만들어 양감을 더해주니 독특해요."아, 저것은 제 순수 창작품은 아니고요. 조선시대 민화 연화도인데 열폭짜리 병풍이에요. 원래는 채색화로 되어있는데 하도 고와서 입체적으로 한 번 만들어보고 싶더라고요. 이쪽에 있는 것은 흙으로 만든 도판인데 흙판에다가 조각도로 파내고, 음각에 유약을 묻혀서 구워내요. 원형을 흙으로 만들고 석고틀을 떠요. 석고틀에 종이를 눌려내면 저렇게 종이 부조가 되고, 흙을 눌러서 빼면 흙부조가 되죠. 저 작품은 한지로 만든 건데 괜찮죠, 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