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 흔한 풀 사초도 꽃을 피웠습니다. 고개를 쳐든 모습이 바깥 세상이 궁금한가 봅니다.
배석근
제 다리는 산에 대한 감각을 되찾느라 애를 먹었지만, 발바닥은 푹신한 산길의 감각을 금세 되찾았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채 물기를 적당히 품고 있는 숲길은 카스텔라처럼 부드러워 밟기조차 조심스럽습니다.
나뭇가지에서 새잎이 돋아나는 경이로운 풍경을 바라보느라 눈동자는 이쪽저쪽으로 바삐 움직였고, 촐싹거리며 날아다니는 작은 새들의 쫑알거림은 귓속을 간질렀습니다.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은 또 어떤가요. 차갑지도 후덥지근하지도 않은, 땀에 젖은 얼굴에 와 닿는 적당히 서늘한 바람은 봄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계절상품입니다.
오감으로 맞는 산과 봄의 정취 눈으로, 코로, 귀로… 그리고 얼굴과 발바닥으로 들어오는 산과 봄의 감각들은 머릿속에서 섞이고 한데 어우러지면서 처음에는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했다가 이내 가슴이 벅차도록 즐거움으로 가득 차게 만듭니다. 눈이 흐물흐물해지고 입은 헤~ 벌어지는 제 표정은 즐거움을 어쩌지 못해 몸부림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