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가치 자산가치
홍순탁
비상장회사로 간주되는 순간 생기는 헛점 두 가지...이러한 과정에 어떤 함정이 내포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첫 번째, 수익가치 과소평가 가능성이다. 회계법인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다. 미래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그러한 보수적인 태도는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타당하다. 금융감독원의 기본방향도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보수적으로 산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에 대해 매출액은 낮게, 매출원가는 높게 추정하는 것, 특히 영구성장율로 1%를 적용하는 것도 보수적인 관점에서는 타당하다. 문제는, 이러한 보수적인 접근방법을 특정한 대상 하나만 평가할 때에 쓰는 것과 둘 사이를 비교할 때에 쓰는 것은 무척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하나의 회사를 둘로 쪼개야 하는데, 한쪽에만 이렇게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다른쪽에는 평가를 생략해 버리면, 회사가치를 둘로 나눈 결과가 부당할 수밖에 없다.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은 이런 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두 번째, 자산가치가 40%를 반영된다는 점이다. 앞에서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가중평균한 수치를 보면, 두 수치 중 자산가치가 유독 낮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의 경우 자산규모는 크지 않은데 이익을 많이 내는 이른바 알짜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자산가치가 40% 반영되는 계산구조에서는 이렇게 알짜자산을 가지고 있는 쪽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똑같이 3억원을 상가에 투자할 것인데, 상가 A에서는 매월 500만원이 나오고, 상가 B에서는 매월 100만원이 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누군가가 똑같이 3억원이 투자된 것이니 상가 A와 상가 B가 동일한 가치라고 주장한다면, 그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상가 A는 연간으로 보면 6000만원을 벌고 있으니 수익율이 20%이고, 상가 B는 연간으로 1200만원을 벌게 되니 연간 수익율이 4%이다. 수익율이 크게 다른 두 상가의 가치가 동일할 수는 없다.
두 사업부의 자산의 질(質, 이익을 창출하는 능력)이 다를 때, 자산가치를 아무런 조정 없이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금융권에서 NPL이라고 부르는 쓰레기 같은 자산이라도 일단 자산이 많으면 그만큼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대자동차그룹의 해명자료에 나온 연결경상이익 기준 총자산이익율도 분할사업부가 22.6%, 존속사업부가 3.6%로 6.3배의 차이가 있었다.
현행 규정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문제일까? 합병과 같이 회사의 장래에 큰 영향을 주고 주주의 재산에 막대한 변동을 초래하는 사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출석한 주주의 2/3 이상이 찬성해야만 합병이 승인된다. 이 때, 주주총회 승인은 법률적인 측면의 타당성과 함께 경제적 실질 측면의 타당성 모두 보유해야 이루어진다.
법적인 측면만 타당하면 문제없다는 주장이 옳다면, 번거롭게 주주총회는 열 필요가 없다. 법률적 타당성을 심도있게 검증한 법무법인 2~3개 의견서만 있으면 충분하다. 삼성물산 합병에서도 누차 지적되었지만, 규정에 맞는 합병비율 산정은 승인을 얻기 위한 하나의 요건일 뿐이다. 경제적 실질의 관점에서 이 합병비율이 타당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또 다른 중요한 요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