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 임원위 지회장
이희훈
'삼성에서 노조하기' 위해 임원위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웰스토리 지회장은 휴가를 타의반, 자의반 반납했다.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를 받지 못 해, 근무 시간 외 모든 시간을 노조 업무에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기자회견이 있는 날에는 반차를 냈다. '5-2 근무(새벽 5시 출근, 오후 2시 퇴근)'를 하고 난 뒤에도 퇴근을 못했다. 바로 노조 업무를 해야 한다. 지난 1년 임 지회장의 일상이다.
삼성웰스토리 노동자들은 지난해 4월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성웰스토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노동조합을 출범시켰다. 삼성웰스토리는 단체 급식과 식자재 공급 등을 하는 회사로, 지난 2013년 삼성에버랜드에서 분사했다.
기자회견 이후 1년이 흘렀다. 삼성웰스토리 노조의 첫 1년은 어땠을까. 지난 11일 경기도 용인시 보정역 인근에서 만난 임원위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웰스토리 지회장은 차가운 커피를 들이키며 '출범 1년'을 "가시밭길"이라고 표현했다. 사측이 조합원을 해고하거나 징계하지는 않았지만, 회유·감시·최저고과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조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기 때문이다.
임 지회장은 "노조간부에게 노조탈퇴를 회유하고 승진에서 누락하는 것은 물론 간부의 컴퓨터를 원격에서 사찰하고 주변에 감시자를 배치한 정황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웰스토리 지회는 삼성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조로는 처음으로 다수 노조가 됐다. 단체교섭 권한을 획득한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교섭마저도 '노조 고사'에 이용하고 있다. 임원위 지회장은 "교섭이 지난 1월 시작됐지만, 이제야 교섭안을 처음 회람 했다"라며 "사측에서 사소한 부분을 걸고 넘어져서 늦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 지회장은 "조합원들은 결과가 빨리 나오길 바라기 때문에 지칠 수밖에 없다"라며 "그야말로 노조를 고사시키는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삼성의 '노조와해'는 삼성웰스토리에서도 현재진행형이지만, 삼성웰스토리는 검찰의 수사망에서 벗어나있다. 임 지회장은 "검찰이 노조가 있는 삼성 4개 계열사 모두 압수수색 할 줄 알았는데 안했다"라며 "(이미) 삼성웰스토리 본사 직원들의 PC와 핸드폰이 다 바뀌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압수수색 해봤자 먼지밖에 안 나온다"라고 검찰 수사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음은 임원위 지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삼성은 회의에 넘어가는 순간 냉정해진다"- 삼성웰스토리에서 근무한 지는 얼마나 됐나? 노조를 결성하게 된 계기는?"2008년 1월 입사했다. 11년차다. 입사 4년차였던 지난 2012년 직장상사에게 구타와 폭언을 당했다. 너무 괴로워 노사협의회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당시 노사협의회는 가해자인 상사에게 '임원위가 (당신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나만의 일이 아니었는데 노사협의회는 직원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거기다 회사는 문제를 일으킨 가해자를 승진시키는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불만을 제기해봤자 손해 보는 것은 나다'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불만을 틀어막는 것이다. 실제로 날 괴롭혔던 상사도 2억 원 넘는 위로금을 받고 퇴사한 뒤, 협력사에서 많은 월급을 받으며 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2016년 4월 노사협의회 선거에 나갔다. 그때부터 사측의 방해가 시작됐다. 출마를 한다고 하니, 갑자기 서울지사로 발령이 났다. 난 경인지사로 입사해 9년 동안 이 지역에서만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서울로 출퇴근하게 된 것이다. 굴하지 않았더니 사측에서는 '(노사협의회 선거에) 안 나가면 고과를 챙겨주겠다'라고 회유했다. 방해공작은 계속 됐다. 노사협의회 선거에 갑자기 나와 같은 경인지역에서 한 명이 더 후보로 또 나온 것이다. 표가 분산돼, 결국 노사협의회 사원대표가 되지 못 했다."
- 노사협의회 사원대표가 되지 못한 게 노조 설립에 직접적인 계기가 된 건가?"그 해 말 회사는 100여명을 명예퇴직 시켰다. 회사는 퇴직을 안 하겠다고 버티는 사람을 기존 근무지에서 60~70km 떨어진 곳으로 발령을 내버렸다. 그 곳에서 겨우 적응을 하면 바로 다른 곳으로 보내버렸다. 지금도 웰스토리 본사에 가면 PC만 보고 있는 사람들이 10명도 넘는다. 이런 상황인데도 노사협의회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오히려 '큰 돈을 받고 명예퇴직 하게 돼서 (그 직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됐다', '명예퇴직해서 (노동자들이) 엄청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울화가 치밀었다."
- '무노조 경영' 방침 아래서 노조를 만드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을 것 같다."(노조 출범 준비를 하면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인사팀장과 상무가 나를 포함해 노조 간부들에게 찾아와 '형이라고 불러라', '왜 굳이 힘든 길 가려고 하냐', '원하는 거 해 줄 테니까 불만 있으면 말해라', '말로 하자. 왜 노조하려고 하느냐'라고 이야기 하곤 했다.
노조 출범 기자회견 전날 밤인 지난해 4월 11일에도 회유는 계속됐다. (사측에서) 비싼 참치회를 사주며 '어떻게 살거냐, 모아둔 재산은 있냐, 꿈 펼쳐야 하지 않겠냐,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라고 했다.
심지어 기자회견 당일에도 인사팀장이 날 찾아와, 4시간 동안 설득하기도 했다. 인사팀장은 나에게 '원하는 대로 다 해줄 테니까, 기자회견 가지마. 지금 핸드폰 끄고 짐 챙겨서 1주일만 잠수를 타라. 뒷일은 알아서 해줄게'라고도 했다. 나만 회유한 게 아니었다. 결국 사측의 제안에 넘어가 노조의 회계감사가 기자회견에 나오지 않았다."
- 동료가 회견에 나오지 않을 정도였는데, 사측의 제안에 흔들리지는 않았나?"회사를 믿지 않았다. 회사는 설득할 때는 온갖 말로 회유하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매몰차게 변한다. 2015년 삼성웰스토리가 에버랜드에서 분사한 것을 두고 소송할 때도 그랬다. 5명이 대표단으로 소송을 진행했는데 나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이 회사의 회유에 넘어가 퇴사했다. '4년치 연봉을 주겠다'며 회유하고 그 사람들이 그 제안을 받자마자 회사는 '짐도 택배로 부쳐줄 테니 당장 회사를 나가라'라고 냉정하게 나왔다. 그런 모습을 알기에 (회사를) 믿지 않은 것이다."
"노동자 8000명 중 조합원은 100명, 계란으로 바위치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