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자료사진)
연합뉴스
"북미관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은 큰 기대와 함께 우려도 수반하고 있다. 두 지도자가 극적인 타결에 성공하고 추후 협상의 지침을 제시한다면, 70년간 지속된 한반도의 적대적 냉전구조와 북핵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대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반면 서로의 견해 차이를 확인하고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난다면, 한반도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특히 북미정상회담의 실패는 추후 실무급 대화와 협상조차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대화 없는 대결의 장기화'나 심지어 무력 충돌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탑 다운 방식의 유용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본 보고서는 해법으로 '최고 수준의 진정성 교환'을 제시한다." 정 대표는 이 보고서에서 "그간의 협상 구도는 철저히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방식(bottom-up)'이었지만 이번엔 '위에서 아래로 가는 방식(top-down)'이 등장했다. 기존의 외교 문법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것"이라며 "이전 미국 대통령들이 북미정상회담을 '출구'에 두었다면, 트럼프는 '입구'로 가져온 셈"이라고 짚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를 포함한 핵심 당사국들 정상 간의 합의"라는 평가다.
그는 "한미 양국이 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와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엔 큰 차이가 있다", "한반도 핵문제 해법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CVID'와 '조선반도 비핵화'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회담을 통해) 상호 간 평화·신뢰 관계로 갈 수 있는 '변곡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미국 양 국간의 적극적인 대화 의지로 인해 상황은 매우 좋은 편이나, 비핵화 방법론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방법론에서 정 대표는 "일각에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대북 안전보장(CVIG)' 등을 거론하지만 실질적 방안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다"라며 '신중론'을 폈다.
정 대표는 미국이 말하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를 "실패한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 "CVID는 조지 부시 행정부 때도 실패한 접근법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와 김정은 정권은 각기 상반된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및 그 이행조치 합의를 '실패한 합의'로 규정한다"는 얘기다.
실제 비핵화 성공하려면? "평화협정 체결·역진 방지할 제도적 장치 등 있어야"북미 양쪽의 비핵화 해법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묘안이 나올 수 있을까. 평화네트워크 정 대표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 상기한 문제들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대북 안전보장의 유력한 방안", "평화협정 체결은 '군사적 위협 해소 및 체제 안전보장'이 품고 있는 모호성과 추상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당사국 간 '평화협정 체결'을 그 해법 중 하나로 꼽는다.
그는 또 지난 3월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서훈 국정원장 면담 내용, 김 위원장의 '가을이 왔다' 발언 등을 근거로 김 위원장이 연내 평화협정 체결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2018년 이내에, 특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 70주년이 되는 9월 9일 이전에 비핵화 합의 및 평화협정 체결이나 이를 향한 획기적인 진전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정 대표는 다만 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우려들이 남아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단히 강도 높은 검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북한 핵 검증 방식을 둘러싼 진통이 예상되며 ▲북핵 신고 대상을 놓고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북한이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 이외 별도의 농축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 등이 있다는 게 그 골자다.
그는 이런 우려들을 포함, 그럼에도 "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의 예비회담으로서의 성격이 짙지만, 핵심적인 중재자로서 한국의 역할과 이에 따른 남북정상회담의 중요성은 절대 작지 않다"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관한 김 위원장의 의지 확인, 이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전해 북미 간 적대관계를 평화관계로 전환하겠다는 트럼프의 의사를 확인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또 이런 '대타협'을 위해 구체적 방법들을 제시했다. ①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역사적 의미·유용성을 당사국들이 공유하고 ②과거와 달리 이번 회담 결과로 나온 합의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해야 하며 ③상호 간 공약사항으로 합의 이행의 구체적인 시간표를 짜고 ④당사국 간 약속 불이행 시 이와 관련한 역진 방지 장치(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⑤6자회담 필요성을 환기, 조속한 재개를 추진해야 한다는 등 제안이다.
20여 쪽에 달하는 장문의 '정책보고서'는 마지막 '한반도 비핵평화로 가는 로드맵'을 제안하며 끝을 맺는다. 보고서 마무리 부분에는 "본 보고서의 가장 핵심적 목표는 전략적 불신관계를 신뢰 관계로 전환할 수 있는 '변곡점'을 찾고,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여러 쟁점 속에서 문제 해결을 촉진할 수 있는 '절묘한 실'을 고르는 데에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