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스원노조 연승종 부위원장삼성에스원노조 연승종 부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3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전자 서초본관에 들어가려다, 본관을 지키는 직원에게 가로막혔다.
신지수
그를 만난 건 그 어렵다는 '삼성에서 노조하기'에 어떻게 나섰는지 궁금해서였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그 이유는 너무나 평범했다. "임금이 동결되고", "노동강도가 세지고", "근로조건이 퇴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이 노조를 대신해 내세우는 '노사협의회'로는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연 부지회장은 "잘못 된 걸 바꿔보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노사협의회의 역할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삼성에스원지회는 지난해 7월 설립됐다. 지난 2011년에 설립된 삼성지회(에버랜드)나 2013년 설립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비교하면 신생 노조라고 할 수 있다. 그 사이 삼성이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계획이 담긴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폭로됐고,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이런 환경에서 앞선 노조들에 비해 삼성에스원지회는 상대적으로 설립에 어려움이 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충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측은 예전처럼 대놓고 징계하거나 해고시키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다양한 방법으로 노조를 압박했다. 삼성에스원지회가 설립되자 18년 동안 보이지 않았던 유령노조가 갑자기 나타난 것도 한 사례다. 연 부지회장은 "그것도 삼성의 노조 무력화 수단"이라며 "그쪽 노조와 더 좋은 조건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우리 힘이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연승종 부지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삼성에스원에서 근무한 지는 얼마나 됐나? 노조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1995년에 입사해 이제 24년 차다. 2010년에 노사협의회 사원대표를 했었다. 소위 말하는 '강성'이었다. 노사협의회에 들어가 온갖 '꼬장'을 부려 2년 동안 임금을 14% 정도 올렸다. 그러고 나서 연임하려고 출마했는데, 방해 공작이 심했다. 경인(경기·인천)사업팀 전체에서 '연승종은 찍으면 안 된다'라는 소리가 엄청났다.
팀 전체가 440명인데 내가 속한 영업 부문은 60명밖에 안 된다. 출동인력이 220명으로 과반수다. 통상 노사협의회 선거를 하면 부문별로 1명씩 나오기 마련인데, 영업 부문에서만 3명이 나왔다. 출동 부문에서 1명이 나왔다. 물론 내가 못나서 떨어졌겠지만, 영업 부문에서 갑자기 후보가 많이 나와 표가 분산된 건 사실이다. 결국 노사협의회 대표가 되지 못했다."
- 노사협의회 사원대표가 되지 못한 게 노조 설립에 직접적인 계기가 된 건가?"결과적으로 보면 그렇다. 비록 내가 떨어졌지만 노사협의회가 어떻게 진행되나 계속 관심이 가더라. 그런데 노동자들이 충분히 얻어올 수 있는 부분도 다 놓쳤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에스원의 매출은 완만히 상승하고 있었다. 임원들의 임금은 1억 원 가량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2015년에 직원들은 임금이 동결됐다. 2016년에는 1% 올랐다. 2017년에는 1.1% 올랐다. 회사 상황이 딱히 어려웠던 것도 아니다.
그러는 사이에 근로조건은 더 악화됐다. 회사의 매출이 늘어난다는 건 관리해야 하는 건물의 수가 늘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다. 특히 지난 2012년부터 CCTV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걸 관리하는 인력들의 업무가 상당히 과중됐다. 그래서 영상기기 수리 업무를 외주 줬다. 그런데 2014년에 그 업체에 나가는 돈이 너무 많다면서 다 잘랐다. 그럼 그 일은 누가 해야 하나? 사람을 안 뽑으니 남은 인력들이 그 일을 다 해야 한다. 월급은 1% 오르는데 말이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 삼성은 노사협의회를 노조의 대항마로 내세웠다고 하는데, 노동자들에게는 별로 실효성이 없었던 것 같다."실질적인 노동자의 권리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노사협의회는) 전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영업 사원들에게 적용된 성과급제도만 봐도 그렇다. 노사협의회에 대표로 들어간 17명 중에 영업부분은 3명밖에 없다. 그러니 성과급제도가 뭔지, 영업 직원들의 의견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받아들였다. 영업이라는 게 단지 신규 가입자만 유치하면 되는 게 아니다. 계약 연장, 관리 등 잡다한 업무가 많다. 그런데 단순히 신규를 얼마나 했는지만 보겠다는 거다. 전면 도입된 건 아니지만 회사에서 성과급제도에 사인하게 온갖 압력과 회유를 한다.
많이 받는 사람은 많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0년 넘게 일한 과장이 190만 원 받는 경우도 생긴다. 신규가입은 지역별로도 차이가 크다. 서울 강남하고 저기 강원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성과급제에 사인하면 신규가 많은 곳으로 보내준다고 하고, 거기에 원래 있던 사람한테는 '새로 오는 사람이 성과급제 하는데 넌 어떻게 할 거냐'라는 식으로 한다. 그러면 그 사람도 불안해서 하게 된다. 계속 버티는 사람은 거주지에서 먼 곳으로 발령을 내버린다. 갑자기 주말부부가 되는 거다. 그러고 성과급제에 사인을 하면 다시 가까운 곳으로 발령을 내준다. 노사협의회가 이런 문제를 해결 못하니까 사람들이 나한테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난 노사협의회 대표도 아니고 동료들의 불만이나 민원을 해결해 줄 지위나 힘이 없었다."
"왜 노사협의회가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