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외벽에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노란리본과 함께 “잊지않겠습니다”라고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2018.04.03
최윤석
그런데 내게 '이 날'은 많이 다르다. 지금도 그 아침을 떠올리면 무력감에 숨이 막힌다. 2014년 4월 16일에 벌어진 세월호 참사. 텔레비전으로 가라앉는 배를 지켜보며 가슴 졸이다 '전원구조'라는 뉴스에 안도했던 것, 불과 몇 시간 만에 오보임이 밝혀져 심장이 내려앉던 느낌, 이후 박근혜의 "구명조끼" 발언,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통곡하던 이들의 무너져 내리던 뒷모습과 진도체육관 바닥에 펼쳐진 이불들, 끝없이 늘어선 안산분향소의 영정사진과 남은 이들이 보내는 절절한 메시지, 거리에 휘날리던 노란리본이 점점 바래지던 것까지, 모조리 기억하고 있다.
최근에야 박근혜의 당일 행적이 조금 드러났을 뿐 아직 왜 사고가 일어난 건지, 왜 사람을 구하지 않은 건지 하나도 밝히지 못했다. 역사책에 나오는 어느 끔찍한 사건이 이보다 더 참혹할까 싶다.
대통령이 바뀐 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최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2기를 새로 꾸렸지만, 3년 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이면서도 특조위 활동을 고의로 방해한 의혹을 받은 인물이 또다시 포함돼 논란이 많다. 그토록 많은 날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갈 길이 멀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참사를 되새기는 마음으로, 4주기를 앞두고 세월호와 관련한 책을 찾아보았다. 새로 읽은 책도 있고 다시 읽은 책도 있다. 3년 전 <금요일엔 돌아오렴> 책장에 이런 글을 써 놓았다. '읽기 전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생각은 이렇게 바뀌었다. '모든 것이 낱낱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대가를 치르기 전엔 아무것도 끝낼 수 없다.' 많은 이들과 함께 이 날을 기리고 싶다.
<금요일엔 돌아오렴>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씀, 창비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