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집 한 곳은, 숲에서 온 나무를 책으로 바꾸어 놓은 곳이니, '책숲'이라고 할 만하지 싶어, 이제 저는 '책숲마실'이라는 이름을 새로 지어서 씁니다. (전남 순천 형설서점)
최종규
숲을 사랑하는 책이라면 '숲책(←환경책)'이라고 해 봅니다. '살림책(←육아서)'이나 '밥책(←요리책)'이나 '이야기책(←에세이)'이나 '글책(←문집, 논문)' 같은 이름도 붙여 봅니다.
예전에는 '책방 사장님'이라고 말했으나 요새는 '책방지기'나 '책방지기님'이라고 써요. 그러고 보면 이 이름도 '책집지기·책숲지기'라 바꾸어 볼 수 있네요. 저는 '출판계' 아닌 '책마을'을 말하고 싶으며, 책마을에서 책을 펴내는 분들한테 '책지기(출판사 직원)'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싶어요.
책을 쓰는 이웃님이라면 '책쓴이(←필자·작가·저자·저술가)'라는 이름을 쓰고 싶습니다. 책을 쓰거나 책집·책숲집을 가꾸는 분은 '책길'을 걷는구나 싶고, '책넋'을 가꾸는 아름다운 일을 즐겁게 하는 '책벗'이자 '책동무'라고 느낍니다.
책을 한껏 펼치기에 '책마당'입니다. 책으로 노래하고 춤추고 웃고 어우러지기에 '책잔치'입니다. 책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책수다'나 '책노래'라 할 만하고, 책을 놓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펼치니 '이야기꽃'을 연다고 느낍니다. '책밭'을 저마다 알뜰히 가꾸면서 아름다운 '책터'를 지어요.
이 땅에 꼭 책만 있을 까닭은 없으나 때로는 '책나라·책누리'가 될 수 있겠지요. 책집지기도 책숲지기도 책지기도 '책살림'을 여밉니다. 우리는 다같이 '책읽기'를 누립니다. 좋다고 여기는 책을 돌려읽으면서 '책나눔'을 하고, '책고을'이나 '책고장'도 하나둘 태어나요. 책을 아주 잘 아는 슬기로운 분이 있다면 '책님'이지 싶고, 아이들은 '책순이·책돌이'가 되어 '책꿈·책사랑'을 키웁니다.
책으로 길을 열고, 책으로 숨을 틔우며, 책으로 배우기에 '책꽃'이 됩니다. '책나무'가 서고 '책씨'를 심으며 '책바람'이 불어요. '책방마실'이라는 이름이 고운 징검돌이 되어 새로운 '책말'이 무럭무럭 자라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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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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