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첫 재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이희훈
이 같은 탄핵 사유는 형사 재판에서도 그대로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이날 1심 선고에서 먼저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들에게 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단 설립 취지 검토 기회도 없이 며칠 사이에 거액의 출연을 압박한 뒤 최씨가 추천하는 대로 임원을 임명하도록 했다. 이런 점을 보면 대통령으로서 직권을 위법하게 사용했다고 충분히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들에게 최씨가 소유한 기업과 계약을 맺게 하는 등 최씨의 사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강요한 혐의도 인정했다. 현대자동차에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와의 광고 발주를 강요한 것, 최씨의 요청을 받고 롯데에 '하남 5대 거점 체육시설 건립사업' 지원을 요구한 것, 삼성그룹에게 최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 사업을 지원하게 하고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를 지원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최씨와 친분관계가 있는 회사 등에 대한 광고발주, 금전지원, 납품계약, 에이전트 계약 체결 등을 요구하고, 최씨의 지인들에 대한 채용 및 승진까지 요구해서 기업들로 하여금 이를 이행하도록 강요했다"라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 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재산권 및 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헌재의 판단과 일치한다.
재판부는 또 "공무상 비밀로써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대통령의 일정, 외교, 인사, 정책 등에 관한 청와대 문건 등을 최씨에게 전달했다"라며 문건유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최씨에게 전달된 문서 총 47건 가운데 검찰의 압수절차에 문제가 있었던 33건을 제외한 14건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다.
이날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하며 밝힌 양형의 이유 역시 탄핵 심판 때 헌재의 판단과 닮아있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 위배한 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며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그리고 이날 재판부는 "다시는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남용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에 일침을 가한 것도 같았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에 대한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다.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부 역시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최씨에게 속았다거나 비서실장 등이 한 일이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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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24년'으로 돌아온 1년 전 '탄핵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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