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인 아들을 사랑한다" 엄마의 외침이 미국을 바꿨다
flickr ⓒmathiaswasik
"어떤 새는 담장 안에 머물 수 없다. 그러기엔 그 깃털이 너무 찬란하다"
- 영화 <쇼생크 탈출> 중 레드(모건 프리먼 역)의 대사
박사과정 학생으로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제가 함께 일하던 교수님의 결혼식을 보도한 기사를 뉴욕타임즈에서 읽은 된 적이 있습니다. 그 신문기사를 제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이유는 그 사진 속에 등장하는 두 사람이 모두 남성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두 남성의 결혼을 보도한 그 신문기사를 보면서 느꼈던 묘한 낯설음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다행히도 당시 제가 공부하던 학교는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도록 항상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그분의 프로젝트에서 일하며 그 낯설음을 점차 줄여갈 수 있었지요.
거꾸로 가고 있는 '한국'2013년 한국에 돌아와 교수로 일하며 새삼스레 놀랐던 점은 많은 이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부끄러움 없이 공개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물론이고 일상에서도 성소수자 혐오는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존재하다 예고 없이 문득문득 드러났습니다.
언제인가 동성애자인 한 친구가 제게 한국사회가 '감옥'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신이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국 사회가 너무나 답답하다고요. 학교와 직장에서는 성소수자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하고, 방송에서는 동성애자를 항상 우스꽝스러운 사람처럼 다루는 게 괴롭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계속 살기 힘들 것 같다고, 기회가 되면 이곳을 벗어나 외국에서 스스로를 포함해 누구도 속이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제6차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 2010-2014)에 따르면, 한국인 중 "나는 동성애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답한 이는 77.6퍼센트입니다. 스웨덴의 3.7퍼센트보다 20배 이상, 미국의 20.7퍼센트보다는 3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소수자가 살기 가장 힘든 나라입니다.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하여 한국이 얼마나 후진적인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 중 하나는 2009년 캐나다 이민·난민 심사위원회의 결정입니다. 한국에서 병역 거부를 한 남성 동성애자 김경환 씨는 캐나다에 난민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면밀히 조사한 캐나다 정부는 그 난민 신청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동성애가 '신에 반하는 죄' 또는 정신적 질병으로 간주되고, 김씨를 위한 피난 대안처가 없다"
"대한민국에서는 동성애가 '신에 반하는 죄' 또는 정신적 질병으로 간주되고, 김씨를 위한 피난 대안처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가까운 나라인 대만에서 2016년 트랜스젠더 오드리 탕이 장관급인 디지털 정무위원에 임명되어 지금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총리직을 맡았던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로는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이고, 2017년 6월부터 아일랜드 총리로 일하는 레오 바라드카르는 커밍아웃한 게이입니다.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이자 아이폰을 만드는 회사인 애플의 CEO 팀 쿡 역시 커밍아웃한 게이고요. 세계적 앵커인 CNN의 앤더슨 쿠퍼도, 헐리우드의 스타 배우 조디 포스터 역시 스스로의 성적 지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동성애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