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북클럽이 선택한 4권의 책.과알못(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하여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담은 책들로 선정되었다.
원동업
- 유행처럼 읽혔던 <랩걸>(호프 자런, 알마)에도 여성 과학자의 치열한 연구와 생존기가 나온다.
"그 책의 인기는 페미니즘 운동을 타고 왔다. 유시민씨가 딸에게 읽히고 싶은 책으로 <알쓸신잡>에서 소개하면서 더 대중적 인기를 끌었고... 홀수 챕터는 식물에 대한 연구를, 짝수 챕터는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했다. 절묘한 구성이었다. 글도 매우 잘 썼고. 빌과 자런의 '연애'를 상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연구에 푹 빠진 여성과학자로서는 그게 1도 없다는 걸 난 알았다. 그건 연애 감정이 아니라 동료애였다."
- 당신이 쓴 책들을 봤다. 스무 권 가까이 쓰고 번역한 건 둘째 치고, 시리즈로 <처음 읽는 우주의 역사>, <지구의 역사> 그리고 <숨쉬는 것들의 역사>를 썼다. 파리지옥에 대해서도 쓰고, 태풍과 공룡과 화산에 대해서도 썼다. 와!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많이, 폭넓게, 깊게, 재밌게) 쓸 수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학과공부를, 속되게 말하면 '빡세게' 했다. 서울대 사범대 지구과학교육과의 1~2학년 커리큘럼에는 일반물리, 일반화학, 일반생물학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공학생들과 함께 듣는 거였다. 4학점인데 이론 3시간, 실험은 1학점인데 주 4시간 실습을 했다. 또 지질학, 기상학, 천문학, 해양학, 지구물리 다섯 과목도 필수였는데, 거기도 모두 실습이 있었다. 군함을 타고 바다를 측량하는 거 같은 거다. 폭풍우 치는 파도 위에서, 멀미도 않고 과제를 끝까지 해낸 게 나였다. 또 하나의 비결은 필기였다. 난 A3 크기의 스케치북같은 노트를 썼다. 1시간만 들으면 좋은 강의였는지 아니었는지가 보였다. 좋은 교수는 체계와 논리가 서는 강의를 하고, 구체적인 재료들이 촘촘히 채워졌다. 그게 예술이라며 친구들이 내 노트를 탐냈다. 복사하려면 너무 커서 힘들어 했지만."
- "공룡을 미치게 좋아하는 건 유치원 어린이들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중학교로 갈수록 아이들은 공룡을 잊어버린다. 책에서 크기, 먹이, 서식지 같은 단편적 자료밖에 주지 않기 때문이다. 공룡을 찾고 연구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고 책에 쓰셨다."내 책 <우주의 역사>는 138억년 전 일어난 빅뱅과 그 후에 생겨난 은하계 이야기가 아니다. 그걸 알아낸 사람들 이야기다. 예순두 명을 썼다. 그들의 이론을 따라가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결론으로 나온다. 우리가 과학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건, 그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결국 최종의 결론만 얘기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것을 주고자 하는 '효율적 사고'가 결국은 문제가 된다. 우리는 결국 e=mc2과 F=ma만 배운다. 그 지식이 쌓이는 기간 동안의 무엇인가를 다 놓치고."
- 앞으로 쓰고자 계획하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글쓰기 학교같은 데서 내가 가르치는 건 단순하다. 첫째 기획을 명확히 하고, 둘째 자료조사를 다 하고, 셋째 직접 발로 체험하고, 넷째 그걸 다 가지고 앉아 쓰다가, 다섯째 의문이 생기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 반복하는 거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열정적으로 썼던 주제들은 모두 어느날 갑자기 내게 온 것들이다.
예를 들면 화산 같은 것이 그랬다. 난 내가 보는 그 것이 칼데라 호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냥 절벽들만 보였다. 그게 내 앞에서 만나더니 원의 일부를 이루더라. 그 압도적인 자연 앞에서 자연스레 인식의 한계가 깨진다. 그런 것들은 꼭 쓰고 싶었다. 그게 내 글쓰기의 방아쇠가 되었다."
- 학교에서 화산을 배운 기억이 없다. "나도 그렇다. 대학 지질학 시간에 교수님 말이 그랬다. '화산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엔 화산도 없다. 재미도 없고'. 그래서 그 수업은 정말 5분 만에 종료되었다. 근데 우연히 남편이 근무하는 하와이에 갔다가 화산을 본 거다. 동료 과학 교사들에게 이걸 쓰겠다고 했다. 정말 똑똑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거 쓰지 마라. 안 팔린다. 누가 사겠나?' 그러는 거다. 우리 교수님과 똑같은 이야기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야겠어!'했다. 내가 안 쓰면 또 한 세대가 넘어가니까. 이주일 만에 써서, 굴렁쇠라는 소년신문에 메일을 넘겼다. 하이텔을 쓰던 시절이었다. 편집부에서 '듣도 보도 못한 글인데 재밌다'고 했다. 연재후 바로 책을 냈고, 대박이 났다. <우주이야기>가 한 쇄를 1만부씩 찍던 시절이었다."
- <내 이름은 태풍>같은 책에선 습기와 열기와 움직임이 느껴졌다. 과학책인데, 두근두근 하면서 읽었다. "2012년에 태풍 볼라벤이 올라왔다.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라는 등 큰 걱정을 했다. 엄청난 피해가 날 것으로 예상됐다. 작가는 늘 모니터링하고 있는 주제가 있다. 태풍 한 달 전부터 나는 그림작가와 같이 태풍의 경로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실은 볼라벤보다 먼저 태어난 태풍이 있었다. 덴빈이었다. 그런데 그 자리서 왔다갔다 하기만 할 뿐, 늦게 생겨난 볼라벤이 먼저 이동해 왔다.
잠을 자다, '왜 덴빈(형)은 머뭇거렸을까? 어떤 때 그럴까?' 생각했다. 겁이 많아설까? 책임감 때문일까? 그 전에 쓴 책이 <내 이름은 파리지옥>이었는데, 거기엔 '자매애'가 물씬한 대사들이 나온다. <내 이름은 태풍>에서는 형제애를 다루고 싶었다. 당시 고3 아들한테 초고를 보여줬더니, 울었다고 했다. 편집자도 울었다고 했고. 각기 울었던 지점은 달랐다. 파리지옥은 여성들이, 태풍에는 남성 독자들이 각기 반응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