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4일 정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역사 정의와 화해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지유석
"주님, 잔혹한 학살의 역사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섰음을 고백합니다."4일 정오 서울 광화문 광장에 울려 퍼진 그리스도인들의 죄책 고백이다. 이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와 인권센터는 제주4.3 사건 70주년에 맞춰 '역사 정의와 화해를 위한 기도회'(아래 기도회)를 열었다.
제주4.3 당시 이승만 정권은 도민들의 봉기를 진압하고자 서북청년회(서청)를 제주에 보냈다. 서청은 평안도와 황해도에서 월남한 사람들이 주축이 됐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보수 장로교단에 속한 개신교인들이었다.
서청과의 관련성 때문에 개신교는 제주4.3의 가해자라로 지목돼 왔다. 이에 NCCK 정평위와 인권센터는 용서와 화해, 그리고 회개를 위한 기도회 자리를 마련했다. 개신교계가 제주4.3 사건을 추모하며 기도회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홍정 NCCK 총무는 "지난 달 의귀마을을 찾았을 때, 희생자 유족들이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번 기도회는 피해자들이 먼저 손 내밀었기에 열릴 수 있었다"고 했다. 남재영 정평위 위원장은 "한국교회가 기억나는 사과와 참회를 한 적이 있었던가?"라고 물으며 "우선 이 자리에서 한국교회를 대신해 사과하며 차후 격식을 갖춰 사과의 뜻을 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