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흙과 가까이하는 농사를 하면서 착해지는 느낌이다
오창균
24절기 중 다섯번째 청명(淸明, 4월 5일)은 하늘이 점차 맑아지는 절기로, 농사와 나들이하기 좋은 봄날이다. 그러나 안개처럼 뒤덮힌 미세먼지에 가려져 맑은 하늘을 보는 날이 드물어진 요즘이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저절로 나온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말이 있다. 생명력이 없는 부지깽이 같은 나무를 꽂아도 싹이 날 정도로 농사짓기에 좋은 날씨라는 뜻이다. 4월에 들어서면 농장에서는 해마다 지역주민들에게 텃밭 분양을 한다.
한 달 전부터 분양문의 전화를 받았지만 아직 때가 안 되었으니 기다리라고 한다. 봄이 오면 꿈틀거리는 경작본능을 누르지 못하고 흙냄새가 그리워 해마다 농장에서 주말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있다. 거짓이 없는 흙처럼 그들의 얼굴에서는 선(善)한 기운을 느낀다. 욕심을 누르지 못하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얼굴도 만나지만 그러한 인연은 지속시키지 않는다.
또 다른 속담으로는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말이 있다. 한식과 청명은 하루 차이로 별로 달라질 것이 없음을 말한다. 지금 농사를 시작해도 되느냐, 감자를 심는 것이 늦은 것은 아니냐고 걱정스럽게 묻기도 한다. 농사가 처음으로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일찍 시작한 사람들의 훈수에 혼란을 느낀 것이다. 농사는 24절기를 따라가면서 때(時)를 맞추는 것이지 경쟁으로 순위를 결정하는 운동경기가 아니다. 봄농사는 서두르지 않고 여유있게 해도 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