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노조파괴 전략이 담겨 있는 내부 문건.
심상정 의원실
'S그룹 노사전략'(이하 노사전략문건)'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지난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했다. 이 문건에서 삼성은 노조가 설립될 경우 노조 해산, 교섭 거부, 노노 갈등 유도 등의 대응을 계획해 놓고 있었다. 또 사내에 노조대응세력을 조직해 놓았다. 실제 노조가 생기더라도 복수노조 제도에 따라 교섭권을 주지 않기 위해 '알박이 노조'를 기획한 것이다. 노조 준비 단계, 설립 단계, 확산 단계에 따라 별도의 대응 계획도 치밀하게 세워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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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삼성은 문서에서 노조가 설립될 경우 "전 부문 역량을 집중"하고 "노조 대응 전략과 전술을 연구 보완하여" 노조를 '조기에 와해'시키고, '고사'시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 '문제 인력' 노조 설립 시 즉시 징계를 위한 비위 사실 채증 '지속' ▲ 임원 및 관리자 평가 시 조직 관리 실적 20~30% 반영 ▲ 노사협의회를 노조 설립 저지를 위한 대항마로 육성 ▲ 비노조 경영 논리 체계 보강 등을 집중 과제로 제시했다.
삼성은 또 설령 노조가 설립되더라도 "교섭이 개시되면 시간을 끌면서 단호하게 대응"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실무협상을 통해 본교섭을 최대한 지연하면서 노조원 탈퇴 설득 등을 통해 (노조를) 고사"시킨다는 대응 계획을 세웠다. 삼성은 지난 2011년 이 같은 교섭 전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인사 담당 임원 167명, 협상전문가 192명 등 모두 359명을 대상으로 모의 단체교섭을 모두 4차례 실시한 것으로 해당 문건에 나타났다.
실제로 삼성은 이 같은 계획을 그대로 실행했다. 삼성은 2011년 7월 에버랜드 소속 노동자 4명이 노조(금속노조 삼성지회)를 설립하자 즉각 징계에 나섰다. 그 결과 조장희 부지회장은 해고됐다. 에버랜드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매출 정보를 외부 이메일로 전송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조 부지회장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이후 법원에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1,2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삼성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고 조 부지회장의 해고를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현 김명수 대법원장)는 "조 부지회장이 외부로 보낸 파일은 에버랜드의 주요 영업비밀이 아님은 물론, 영업비밀이라고 볼 수 없다"며 "또 해당 파일이 제3자에게 직접적으로 유출됐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사측의 징계 사유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당시 재판부는 이어 "조 부지회장에 대한 해고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현저하게 잃은 가혹한 제재로서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에버랜드는 조 부지회장이 삼성노조를 조직하려고 했고 실제로 이를 조직한 뒤 부지회장으로 활동한 것을 실질적인 이유로 해고를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사측이 노조 설립을 이유로 조 부지회장을 해고했고,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삼성의 부당노동행위가 사전에 준비된 계획대로 이행됐음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삼성그룹 내부의 고위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자료가 포함돼 있으며 그 내용도 구체적이고 실제 진행된 사실관계에 부합한다"라며 "문건의 내용대로 삼성노조에 대한 대응이 이뤄졌고, 조 부회장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진 점을 비추어, 삼성그룹 자체의 대응 전략을 기초로 노동조합 설립에 대비해 구체적이고 조직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은 대법원에서도 이어졌다. 대법원 재판부는 "사용자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해고 사유와 달리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고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해고는 부당노동행위로 봐야 한다"라며 "이 사건에서 실질적 해고 이유는 조 부지회장이 '노조를 조직하려 하고 실제로 노조를 조직한 후 부위원장으로 활동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의 해고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