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민형배·최영호 세 후보가 제안한 시민공동정부 선언을 하겠다고 미리 알린 웹 포스터.
강기정·민형배·최영호 후보 캠프
강기정·민형배·최영호 세 후보의 시민공동정부 구성 제안이 각별한 까닭은 '광주'이기 때문이다. 광주시민들은, 광주를 에워싸고 침공의 날만 기다리고 있던 공수부대의 총칼 앞에서도 날마다 금남로 분수대에 둘러앉아 '민주성회'를 열었다. 광주시민들은 민주성회를 통해 시민 스스로 광주를 지키는 규칙과 일정을 만들었다. '해방광주' 일주일 동안 광주는 시민들의 자치 공화국이었다.
이 정신은 면면히 이어져 지난해 '시민정치 페스티벌'이라는 형태로 재현됐다. 시민정치 페스티벌은 각 마을 총회에서 올라온 마을 의제를 시민의제로 채택하고, 정책 실행 주체에게 넘기는 정치 축제다. 물론 한국에서는 처음 있는 정치·정책 축제였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역시 광주니까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시민정치 페스티벌이 세 후보에 의해 시민공동정부 구성이라는 단계까지 진화한 것이다. 그동안 광주 시민사회는 진정한 자치분권과 협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민공동정부를 구성하는 데 나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 첫 매듭이 지어진 것이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세 후보의 정체성이 '광주'와 '5.18'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7명이나 되는 민주당 광주광역시장 경선 후보 가운데 광주와 오월의 정통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후보는 강기정·민형배·최영호 후보와 윤장현 시장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학생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갔거나 죽어가는 시민을 치료했다. 그리고 이후에도 광주를 떠나지 않고 광주에서 줄기차게 진상규명 투쟁을 벌였다. 관료 출신으로 서울에서 성공해서 돌아온 경우와는 전혀 다른 사회정치 경로를 걸은 것이다.
윤장현 시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광주와 오월 정통성을 얘기할 수 있는 민주당 시장 후보 가운데 '맏형' 격인 윤 시장이, 강기정·민형배·최영호 후보가 먼저 시작한 시민공동정부 구성에 합류할 경우 경선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현실이다. 무수한 이익 계산으로 뱀의 혀처럼 능란하게 움직이는 현실 정치 한복판에서 '정신'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낯설게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는 광주다. 광주니까 가능했고, 광주니까 가능하다.
강기정·민형배·최영호 세 후보가 제안한 시민공동정부의 정신은 '민주대성회'의 햇불이 활활 타오르던 1980년 5월 광주와 맞닿아 있다. 시민공동정부 구성의 꿈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광주에서 처음으로 타오르던 민주주의 햇불이 결국 군부독재를 종식시키는 들불이 되었듯, 시민공동정부는 자치분권의 새로운 진화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임에는 분명하다.
정치가 시민을 신물 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거꾸로 정치가 시민을 설레게 하는 경우도 있다. 세 사람의 제안처럼 말이다. 모처럼 광주에 설레기 좋은 봄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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