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립 정보학 연구소의 아라이 노리코 사회공유지식연구센터장은 인공지능이 논술 답안을 채점하는 방안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교육과혁신연구소
주제어, 어휘 수, 문장 길이 등 채점 조건에 맞춰 인공지능이 채점인공지능 논술채점은 문장 길이와 주제어, 어휘 수 등 출제진이 입력한 채점 조건을 토대로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스캐너로 답안지를 전자데이터화한 뒤 간단한 편집 작업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컴퓨터 화면에서 채점한다는 것이다. 특히 채점 경험을 쌓으면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새로 학습하고 다각적인 판정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가 진척되면 문장구성 인과관계의 적절성도 좀 더 정확하게 판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자이 유이치로 일본학술진흥회 이사장은 "객관식 시험에서 1점 차로 대학이 갈리는 데 문제의식을 느낀다면, 논술채점이 어렵다고 무작정 비판하기보다는 '제대로 채점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연구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인공지능까지 동원하여 수능에 논술형 문항을 출제하려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다. 객관식, 주입식, 암기식 교육으로는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을 키울 수 없다고 보고 논술형 문항을 수능에 추가하려는 것이다. 일본은 2020년부터 대학입학공통시험의 국어와 수학에 객관식 문제와 함께 논술형 문제를 출제할 예정이다.
53만명 응시자 답안, 800명이 채점해도 최대 60일 걸려 '고민' 문부과학성의 예측에 따르면, 단문 40글자 답안도 채점에 약 1개월이 필요하다. 채점자를 800명, 응시자 수를 최대 53만 명이라고 하면 채점관들에게 채점 기준을 설명하는 기간을 포함하여 채점에 최대 60일까지 걸리는 것으로 추정됐다. 시험 날짜에서 성적 통보 일까지 기간이 길어진다면 학사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채점 기간 단축이 급선무다.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 논술채점 방안을 연구하게 되었다.
물론, 기술적인 과제가 있어 이 방안을 실현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영어 등과 달리 일본어는 말의 정렬 순서가 엄격하지 않고, 같은 단어라도 의미가 다른 사례도 있어 정확한 채점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부과학성 보고서에는 "유사한 내용의 답안을 그룹화하는 등의 채점 지원 업무에 인공지능을 동원하는 방안을 찾아보는 중"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채점 '지원' 업무에 국한하는 것으로 인공지능이 전부 채점하는 방안은 아니다. 광학식 문자판독장치(OCR)에서 읽은 답안을 분류할 뿐 최종적으로는 사람 손으로 채점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