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 - 상사. 임남진. 100x100cm. 한지 채색. 2014.
김미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서양회화를 전공한 임 작가는 불화를 다시 공부하면서 민화의 특성을 살려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특히 요즘은 현대민화라고 하여 창작민화가 일반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미술의 저변확대라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일이면서도 임모(글씨나 그림 따위를 본을 보고 그대로 옮겨 쓰거나 그림)나 길상의 구복적 의미라는 측면만 부각되는 게 아닌가 싶어 한편 아쉬움도 있었다.
민화의 재해석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임 작가의 그림이 가히 텍스트가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풍속도Ⅱ'를 특히 좋아한 나로서는 당분간 아쉽게도 풍속도는 못보겠지만 대신 달과 상사화와 파랑새를 자주 만나게 될 듯하다.
- 북경창작지원센터에서는 어떠셨어요? 한국의 미술판과 중국이 어떻게 다르던가요?"좋았지라. 일단 작업실 천장이 높으니 큰 그림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고, 작업하기가 겁나게 좋죠잉. 나름대로 내 갈 길은 정하고 갔던 터라 중국 작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건 별로 없어요. 일단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나 자신과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죠.
무엇보다 부러웠던 건 중국은 화가를 키워내는 풍토더라고. 자기네들의 젊은 작가라도 그림이 괜찮으면 많은 돈을 주고 사요. 그래서 그 작가가 안정된 환경 속에서 더 좋은 작품을 하게 만들어주고, 더 좋은 작품이 나와 그림값이 올라가고. 선순환인거죠. 중국은 외국 작가에게는 인색해요. 우리 나라는 국내 작가에게는 인색하고 외국 작가에게는 후한 편이죠. 그러니까 우리 나라 화가들이 먹고 사느라고 작업에 집중 못하는 아쉬움도 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