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커밍아웃을 접하고 난 뒤 비비안님이 보낸 카톡의 일부
성소수자 부모모임
- 두 분에게 부모모임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처음 참가했을 때가 기억나세요?지미: "낯설었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커뮤니티 분위기잖아요. 제가 커밍아웃 받은 지 사흘 만에 부모모임에 나간 건, '거기 있는 부모님을 만나서 뭔가 알아봐야 되겠다', 혹은 '이제 내 아들이 커밍아웃을 했으니 아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뭔가 해야겠다'가 아니고요, 아들이 좋아해서입니다. 아이가 원해서. 그날도 저는 억지로 간 거죠. 되게 낯선데.
전 정기모임 서너 시간보다, 뒤풀이 시간이 더 안심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뒤풀이 자리에서 본 아이의 얼굴이 제겐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너무 오랜만에 보는 밝은 얼굴이라….
왜 우리가 커밍아웃 받은 부모의 반응 6단계를 이야기하잖아요? 그게 들어온 자극에 대한 반응이잖아요. 근데 이런 반응도 저는 학습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뜨거운 것에 덴 것처럼 즉각적인 반응이 아니고, 인지되어서 나오는 반응이니까.
예를 들어, 의사가 '암에 걸리셨습니다'라고 제게 말하면 제가 나타낼 반응은 TV에서 봤어요. '제가요? 아, 얼마나 남았나요?' 이렇게. 아들이 '아빠, 여친이 생겼어요'. 이런 것도 TV에서 봤어요. '그러니, 한 번 보자'. 인간의 반응이란 건 제 생각엔 그래요. 주변에서 많이 본 것과 비슷하게 반응해요.
근데 커밍아웃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잖아요. 그게 제일 힘든 과제인 것 같아요.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거니까. 그야말로 용을 만난 거지."
지미님은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자녀의 커밍아웃을 경험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참고서' 같다고 말씀하셨다.
비비안: "저는 제가 걱정이었어요. 아들이 거기서 너무 즐겁고 편하다는 걸 남편한테 이미 들었죠. 내 아들은 거기 가는 걸 참 좋아하고 우리가 함께 가 주면 더 좋아할 텐데. 근데 저는 그곳이 너무 낯설고, 내가 처음 보는 외모의 사람들도 많을 테고. 그런 걸 걱정한 거예요.
제가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표정을 짓는다든지, 나도 모르게 무심코 상처 주는 말을 할까 봐. 왜냐하면 그런 상황에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어서, 사람들하고 관계를 맺는 데 내가 실례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어요.
또 두 번째는, 거기 가서 잘 못 어울리면 어떡하나. 저는 그래요. 생각을 너무 많이 해. 거기 계신 부모님들은 이미 다 안정적인 마음 상태일 텐데, 나는 지금 굉장히 불안한 상태에서 가서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한 2/3는 아직도 너무 혼란스럽고, 슬프고, 힘든 상태였거든요. 근데 남들 앞에선 그걸 티를 내지 말아야 되잖아요, 그 모임에서는. 아들한테는 '내가 갈게'라고 한 게 '아 엄마가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구나'라고 믿고 있을 텐데 사실 그렇지 않은 게 티가 나면 어떡하나. 그런 걸 생각 많이 했었어요. 내가 얘길 하다가 안 괜찮은 티가 나면 우리 아들이 상처를 입고 그럴까 봐. '엄마가 아직 안 괜찮구나, 겉으로만 괜찮은 척하고'. 제가 생각이 너무 많죠?"
- 두 분이 어쨌든 자녀분의 권유로 부모모임에 참여하셨잖아요. 그런데 어쩌다가 지금 운영위원까지 하시고 계신가요?지미: "사실 활동을 계속하는 건 당사자 활동가들 때문인 것도 커요. '아, 저렇게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하는데 우리가 뭐라도 도와야지'. 그리고 역시 두 번째는 초지일관, 아들이 좋아하고요. 또 묘한 게, 주변에서 '완전체 패밀리'라고 계속 불러주시니까 사명감도 들고. 특히 정기모임에 가끔 아버님들이 오시면 제가 같이 얘기해드리고 싶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