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남기지 않기> / 지은이 아잔 브람 / 옮긴이 지나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3월 21일 / 값 20,000원
불광출판사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지은이 아잔 브람, 옮긴이 지나, 펴낸곳 불광출판사)는 영국 런던 출신으로 호주에서 구도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 프란치스코 교황 등과 함께 2018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스승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아잔 브람이 2017년 1월, 열흘 동안 스리랑카에서 진행된 수련회에서 열다섯 번에 걸쳐 위빠사나 명상에 대해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강의록입니다.
내용은 같을지라도 처음부터 원고로 써 펴낸 책과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낸 책은 많이 다릅니다.
원고로 쓴 책이 좀 더 정형적이라면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어서 그런지 훨씬 생동감 있고 현장감 또한 물씬합니다. 이해를 요하는 호소력도 강의실 분위기만큼이나 진지합니다.
위빠사나 명상은 석가모니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수행 방법으로, 수행이 높아져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면 스스로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방법입니다.
저자가 강의한 내용은 호흡 수행방법입니다. 저자인 스님은 부처님이 가르치신 호흡 수행 열여섯 단계를 온전히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족관의 물고기는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헤엄쳐갈 자유는 없지만 낚시꾼으로부터 자유롭고, 굶주림으로부터 자유롭고, 커다란 물고기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고, 더위와 추위로부터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물고기가 병들면 사람들이 물고기를 병원에 데려가 병을 치료해줄 테니 질병으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계율을 지킬 때 누리는 자유도 이와 유사합니다. 불교의 재가 신도는 5계를 지키고, 사미 스님은 10계를 지키고, 비구 스님은 227계를 지킵니다. 그리고 비구니 스님은 311계를 지킵니다. 계율을 지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수족관 안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 332쪽
아잔 브람 스님의 강의는 교리나 경전에 얽매인 교학적 설명이 아닙니다. 스스로 수행하며 체득한 명상, 명상센터를 운영하고 명상을 지도하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노하우를 체험담처럼 들려주는 실사구시적 설명입니다.
깨달으면 자랑 말고 침묵해야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내용도 좋아야 하지만 꾸벅꾸벅 졸던 사람 잠 확 달아나게 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필요합니다. 스님께서는 농담을 잘 하셨다는 아버지를 둔 때문이라고 하지만 스님이 건네는 농담은 강의 중인 내용을 더더욱 실감하게 노하우입니다. 때문인지 스님이 농담을 하는 부분을 읽다보면 열강 중인 강사와 강의에 빠져든 청강생들 모습이 저절로 연상됩니다.
"깨달음을 얻으면 부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한번 말하면 나머지 평생 동안 자신이 깨달았다는 것을 증명하느라 인생을 소비할 것이다."
사람들은 여러분을 몰래 엿보고 여러 가지 이유를 찾아서 여러분이 깨닫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 들 것입니다. 그러니 깨달으면 침묵을 지키십시오. -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 409쪽
깨달음이란 어디에도, 어떤 형태로도 자아(自我)라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오온(五蘊)중의 어떤 것도 나가 아니고, 나의 것이 아니고, 나의 자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오온, 다섯 가지 무더기를 벗어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라고 합니다.
강연장 분위기를 힐끔힐끔 상상해 가며, 당근을 먹겠다고 달리는 당나귀, 입방귀 소리까지 '뿡', '뿡' 내가며 깨달음을 경계하라는 뜻을 새기다보면 말로는 쉬워 보였지만 막상 해보면 생각대로 잘되지 않던 명상, 위빠사나 명상이 관심의 임계점을 넘어 어느새 코앞에서 숨을 고르고 있음이 실감납니다.
무의식중에 쉬던 들숨과 날숨을 통해 깨달음이라는 경지에까지는 이르지 못할지라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를 읽어 호흡이 명상으로 가는 징검다리임을 알게 된다면 현재 여기에 살아있는 자아를 관찰해 볼 수 있는 계기의 시간이 마련될 거라 기대됩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 - 아잔 브람의 위빠사나 명상 강의
아잔 브람 지음, 지나 옮김,
불광출판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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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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