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쌍계사 벚꽃길과 차밭 벚꽃길 옆에 녹차밭이 있는 구간에서는 흰색과 푸른색의 어울림을 감상할 수 있다.
홍윤호
경상도와 전라도의 접경지대로 유명해진 화개마을을 관통하여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화개천변의 벚꽃은 일제 강점기 때인 1928년 화개면장을 지낸 김진호씨가 쌍계사 가는 길을 넓히며 벚꽃 묘목을 구입해 심은 데서 유래한다.
지금은 벚나무 고목들이 도로를 채우고, 해마다 절정기의 벚꽃이 도로를 마치 구름처럼 에워싸는 장관을 이루며 화개를 대표하는 명소가 되었다.
해마다 4월 초면 계곡길을 수놓는 화려한 벚꽃터널은 그 아름다움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또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그리 멀지 않은 길이라 일부러 이 길을 천천히 걸어가며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왕이면 차로 쓱 지나가기보다 이처럼 벚꽃길과 화개천의 풍경을 음미하며 걷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친환경적인 체험이라고 할까.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 둘이 걸어가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혼례길이라는 현대적 별칭도 붙었다.
게다가 한창때는 차보다 사람이 빠르다. 차는 길에서 멈춰 서 있지만, 사람은 거북이처럼 천천히라도 걸어가기 때문이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는 사례라고나 할까.
하늘을 가린 벚꽃길은 아래위 일방통행으로 나누어지는 구간에서 더욱 좋다. 특히, 화개로 돌아오는 윗길은 아랫길보다 위에서 도로가 지나가므로, 잠시 차를 세우거나 걸음을 멈추어 화개천과 아랫길을 내려다보면 전망이 좋고 풍경이 입체적이다.
화개천에 길게 안개가 피어난 듯 벚꽃구름이 천을 따라 긴 곡선을 이루며 시야의 끝까지 하얀 띠를 이루는 모습이 잊지 못할 장관이다. 전국의 어느 벚꽃길에도 이런 풍경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