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 <흙으로 빚은 달>에서 신철 작가
김희정
첫눈에 비친 그것은 묘한 끌림이었다. 여운은 오래 남았다. 희고 맑고 단아한 것이 볼수록 자꾸 끌렸다. 매혹적이었다. '간결하고 밋밋하고 옹골진데 때로 여유롭고 당당하고 세련된, 저 매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달항아리를 볼 때면 궁금했다. 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을 걷다가 신철(56)작가의 <흙으로 빚은 달> 마당에 설치된 조형물 앞에서도 그랬다. 코르텐강(교각과 구조물 건축에 쓰이는 철)소재로 된 조형물 칸칸에는 순백의 달항아리 126개가 단정하게 자리 잡고 있다. 3층으로 된 조형물은 세로 11m, 가로 9.5m다. 신철 작가는 이천도자예술마을을 상징하고 마을과 잘 어우러지는 조형물을 구상하다가 '달항아리'를 설치했다.
3월의 끝자락이었다. 산수유꽃송이가 노란별사탕처럼 피어나며 4월을 맞이하고 있었다. <흙으로 빚은 달>에서 신철 작가를 만났다. <흙으로 빚은 달>은 신철 작가의 작업실과 작품 전시 공간이다.
신 작가는 달항아리와 공명통이 있는 스피커도자기 등을 가마에 굽고 있었다. 오는 4월27일~5월13일까지 예스파크에서 열리는 제 32회 이천도자기축제에 전시할 작품이었다. 신철 작가는 2년 전 이천시 신둔면 이천도자예술마을에 입주했다.
"이천은 유네스코 창의도시죠. 한국도자문화의 중심이고요. 사방으로 교통이 편리해요. 유통구조도 용이하고요. 뛰어난 도예인도 많죠. 특히 여기 도자예술마을에는 훌륭한 도예, 공예가들이 밀집해 있어요. 맘 편하게 장작가마에 불을 땔 수도 있고요. 저는 주로 장작가마로 도자기 작품을 만드는데 이전에 작업하던 곳에서는 가마에 불 땔 때마다 소방서에 연락했어요. 연기 나는 시간, 불 꺼지는 시간 등을요. 불을 땔 때 연기가 나니까 화재가 난 줄 알고 소방서, 경찰서 등에서 출동을 한 적이 있거든요."신철 작가는 1979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미술실에서 접한 도자기에 반했다. 그 시절 도자기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4년 동안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도자기공장과 요장 등에서 다양한 도자기 기술을 익혔다. 주말에도 도자기를 만들었다.
그 후 단국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석사)하고 청강문화산업대학 도자디자인과 교수로 15년간 재직했다. 2001년에는 연리문(백자토와 청자토를 알맞게 섞어 독특한 문양을 낸 고려시대 사발)사발을 재현했다. 내년이면 도예와 인연을 맺은 지 40년이 된다. 신철 작가에게 달항아리에 대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