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와 김세의 MBC 기자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남소연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당에 입당하자마자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 자리를 꿰찬 배현진 MBC 전 아나운서가 특위 위원에 선임됐다는 점이다. 한국당은 최승호 MBC 사장 부임 이후 <뉴스데스크> 앵커 자리에서 물러난 배 전 아나운서가 방송장악에 희생당한 언론인의 대표적인 예라며 특위 합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27일 특위 구성 이후 첫번째 열린 회의에서 배 전 아나운서는 당의 기대(?)에 부응하듯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몇년동안 인격살인에 가까운 회사 안팎의 고통 속에서 지냈다"면서 자신을 문재인 정권의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자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자신과 동치시킨 것이다.
배 전 아나운서는 "지난 1월 최승호 MBC 사장은 '다시는 배현진은 뉴스에 출연할 수 없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잘못 들었나 싶었다"라며 "블랙리스트에 착한 블랙리스트가 있고 나쁜 블랙리스트가 있냐는 누구의 말을 들으면서 혼자 웃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 뿐만이 아니라 양승은 아나운서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십명 기자들이 어디서 발령나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채 뿔뿔이 흩어져 있다"며 "(이들은) 방송의 공공연한 블랙리스트가 된 사람들이다. 언론노조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고 끝까지 현장에서 일을 하겠다고 우겼기 때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배 전 아나운서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것도 죄가 되느냐.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자에게 파업불참 책임을 묻는 게 온당하냐"고 반문하면서 "다시 한번 MBC에 묻고 싶다. 국민의 방송인지, 언론노조의 방송인지 그 좌표를 분명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날 발언은 그의 철학과 세계관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배 전 아나운서의 인식과 행동 속에는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새로 부임한 경영진에 의해 방송에서 부당하게 배제됐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노조를 탈퇴하고 파업에 불참한 것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고 강변한다. 그리고 MBC를 향해 되묻는다. 국민의 방송인지, 언론노조의 방송인지 명확하게 밝히라고.
2010년 김재철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며 시작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방송정상화 투쟁은 8여 년만인 지난 2017년 11월 마침내 끝을 맺었다. 그 사이 2012년과 2017년 두 차례 걸친 대규모 총파업이 진행됐고, MBC 구성원의 대다수가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에 동참했다. 특히 2017년 총파업 당시는 찬반 투표결과 파업찬성 의견이 무려 93.2%에 이를 만큼 그 열기가 뜨거웠다.
주지하다시피 MBC 구성원들이 길고 긴 투쟁에 나섰던 이유는 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서였다.정권에 부역하는 불공정 방송이 아닌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 구축을 목표로 장장 8년 여의 세월을 싸워왔던 것이다.
국민 역시 이들의 총파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 2017년 9월 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KBS·MBC노조의 파업에 공감하는 국민여론은 66.7%로, 반대 의견 24.5%를 압도했다. (전국 성인 1만 5395명 중 521명 응답, 응답율 3.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3%. 자세한 조사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이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총파업에 나선 MBC 구성원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다시 말해 다수 국민은 정권에 부역하는 방송이 아닌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MBC 구성원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배 전 아나운서의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이 될 수 있을 터다.
배 전 아나운서를 향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