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파이프오르간.생생한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성당 전체로 퍼져나갔다.
노시경
순간, 생생한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귓가에 울리듯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유럽의 성당을 다니면서 파이프오르간 소리를 몇 번 들어봤지만 이렇게 장엄하고 웅대한 소리는 처음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프랑스 내에서도 크기로 유명한 파이프오르간의 파이프들이 스테인드글라스 아래에 마치 첨탑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다양한 파이프의 개수도 프랑스의 다른 성당에 비해서 많다. 이렇게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울려 나왔고, 그 소리는 성당 전체로 파도가 밀려들 듯이 퍼져나갔다.
파이프오르간 오른쪽 옆의 작은 거울을 보니 오르간 연주자가 연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작은 사람 한 명이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을 움직이며 성당 전체를 울린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연주자가 천천히 건반 몇 개만 눌러도 별개의 음 자체가 스스로 아름다웠다. 나는 파이프오르간 소리에 홀려 예배당 중앙의 예배석에 앉았고, 한참 동안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니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성당 안이었다. 눈을 오래 감고 있었기 때문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성당 안이 밝게 눈 안에 들어왔다. 나는 성당 안을 다시 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잠시 후 내 눈앞에 무언가 묘한 분위기의 석관이 나타났다. 다른 성당에서는 볼 수 없는, 어린이 2명의 조각상이 장식된 석관이었다.
석관 앞에는 석관의 사진과 함께 석관의 내력을 설명해 주는 자세한 안내문이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물이어서인지 프랑스에서 흔치 않은 영문 설명문도 함께 있다. 내용을 읽어보니, 이 석관은 프랑스 왕 샤를 8세(Charles VIII, 재위 1483년~1498년)와 안느 드 브르타뉴(Anne de Bretagne)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들의 석관이다. 석관 위의 어린이 조각상으로 알 수 있듯이 이 석관에는 일찍 세상을 떠난 어린 생명들의 유해가 담겨 있다.
이 유명한 석관은 왕비 안느 드 브르타뉴의 명에 의해 프랑스 조각가 미셸 콜롱브(Michel Colombe)가 1506년에 조각하였다. 이 아름다운 석관과 석상은 투르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원천으로 하여 이탈리아 양식으로 장식한 최초의 기념물이다.
이 석관은 원래 투르 시내 구시가 서쪽의 생 마르탱 성당(St. Martin basilica)에 자리하고 있었다. 프랑스혁명 기간에 프랑스의 많은 문화재들이 파괴되었지만 이 석관은 너무나 아름다워 다행히 파괴의 손길은 피해 갔다고 한다. 이 석관은 1834년에 투르를 대표하는 이 생 가티앵 성당으로 옮겨졌다.
이 석관은 화려한 고급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석관은 이탈리아 서북부의 유명한 대리석 산지인 카라라(Carrara)의 대리석을 사용하여 청회색 빛이 나는 백색으로 빛나고 있다. 이 석관은 프랑스 조각가들과 이탈리아 장식주의자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통해 새로운 조각상을 만들어 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