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븐숭이 4.3기념관 인근에 위치한 애기무덤4.3당시 희생됐던 애기들의 무덤이 있다. 이곳은 효리민박에 방송된 이후 추모를 하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애기무덤 위에는 추모객들이 놓고 간 인형과 꽃이 놓여져 있다.
김동이
교편을 잡고 있다가 미군의 통역을 맡았던 외삼촌도, 빨갱이 가족으로 몰렸던 할머니도 누명을 뒤짚어 쓴 채 아무도 모르게 죽었다. 시신도 찾지 못했다. 배고픔의 전쟁 속에서, 빨갱이의 누명 속에서 살아남은 제주4.3의 증언자 고완순 할머니는 제주의 아픔, 대한민국의 아픔을 마음 속에 묻은 채 그렇게 70년의 모진 세월을 견뎌냈다.
"우리는 야당이 밉다"는 고완순 할머니, 정부에 바라는 점은?한편, 고완순 할머니는 인터뷰 전 얘기처럼 담담하게 증언을 해 나가다 손수건을 눈에 댔다. 눈물을 훔쳤다. 어느 순간이었을까.
바로 옆에서 아는 사람이 죽어 나가고, 색출돼 끌려나가 총으로 쏴 죽이는 아비규환의 현장 속에서 죽음을 목격했던 생생한 증언을 이어갈 때만해도 고 회장은 담담했다. 하지만, 증언 이후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 회장은 말문을 열면서부터 울컥했다.
고 할머니의 목소리는 떨렸다. 술술 흘러나오던 말문도 잠시 닫았다. 다시 말을 시작하는 그의 목소리가 목이 메었다.
하지만 고 할머니는 다시 씩씩하게 말문을 열었다. 고 할머니는 "보수도 있고, 진보도 있고, 나는 이념적으로는 레닌도 알고 사회주의 사상도 안다"면서도 "내가 경로당을 이끌 듯이 내가 반역한다면 우두머리인데 죄가 있다면 죄를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나머지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있다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고 할머니는 이어 "예를 들어 빨갱이 이념으로 반동분자라고 해서 경찰이 많은 사람을 잡아 죽였지만 우리 마을 이장은 경찰한테 밥을 줬다고 해서 산으로 끌고 와서 죽였다"면서 "이장은 북촌청년들 괴롭히지 말라고 해서 군인이나 경찰들한테 밥해준 건데 산에서는 반동질했다고해서 죽인 것이다"라며 억울하게 죽은 사연도 증언했다.
고 할머니는 "죄 없는 사람을 죽인 데 대한 죄는 받아야하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인데 노무현 정부 때는 와서 사과하고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는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잘 해결해주리라 믿는다, 여당, 야당 따지지 말고 야당에서도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협조해주고 못한다면 발목을 잡아야 하는데, (4.3사건에 대해) 계속 인정도 안해주고... 우리들은 야당이 밉다"고도 했다.
고 할머니는 "이번 4.3 70주년 행사에 문 대통령 오신다니까 춤추고 싶다. 그런데 만나지 못할까봐, 손이라도 한번 만져야 하는데 못 만질까봐 걱정이다"라며 고 할머니가 문 대통령에게 자필로 써서 보낸 편지 한통을 공개했다.
고완순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간절한 바람이 담긴 손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