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별 변화 추이
이상학
그룹별 변화 추이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공무원의 직권남용과 부패억제를 조사한 자료는 최근 모두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기업 활동과 관련된 뇌물과 부패를 측정한 자료들은 최근 모두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국가 전반의 뇌물과 부패를 조사하는 자료들은 추세가 악화되거나 변화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 확실하게 드러난 점은 경제활동과 관련된 관공서의 일선 창구에서의 부패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무원의 직권남용과 이러한 공무원의 부패에 대한 정부의 반부패정책은 도리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정리하면,
첫째, 일상적인 경제활동과 관련된 관공서의 민원창구에서의 부패가 감소하고 있다. 이는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조사하는 다른 조사(GCB)나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조사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확인되고 있다. 글로벌부패바로미터(GCB)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의 부패는 선진국 수준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05346 참조).
둘째, 공무원의 직권남용이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공무원의 부패를 막기 위한 정부의 반부패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의 직권남용, 특히 거대한 권력형 부패가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두 전직대통령과 삼성 등 대재벌기업에 대한 조사나 재판에서 드러난 권력형 부패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임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셋째, 국가 전반의 부패 수준이 악화되고 있다. 사회 전반의 부패가 악화되고 있다는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권력형 부패가 사회 전반의 부패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소위 반향실효과(echo-chamber effect)로 이를 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 사회의 실제적인 부패수준과는 달리 과도하게 부패인식지수가 나쁘게 나온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부패 관행이 여전하거나 도리어 심해지고 있다는 주장도 많다. 최근 드러난 공기업 채용과정에서의 부패나 엄청난 비극을 초래한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부패백화점이 단지 이들 사례에서만 그럴 것인가라는 의문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CPI 20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까?
정부는 부패추방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하면서 CPI 개선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듯하다. 청탁금지법의 실행이 CPI 점수 개선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부패인식지수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부패를 추방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패는 우리사회의 오랜 관행이나 사회문화와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를 관통하는 가치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성인들 보다 부패에 대해서 더 관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음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할까? 여러 가지의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사회 전반의 가치관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부패를 추방하고 부패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CPI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먼저 해결할 일은 공무원의 권력남용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꼽고 싶다. CPI결과 분석에서도 공무원의 권력남용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의 부패는 이와 직접 관련이 있는 CPI 원천자료의 지수 악화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부패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영향을 주어 사회 전반의 부패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고 있는 측면이 있다.
공무원을 비롯한 권력층의 권한남용은 우리에게 너무나 지겨운 뉴스다. 각종 권력형 부패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더 심각한 일은 권력형 부패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가지는 부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권력형 부패는 그 자체로 문제이지만 사회적인 위화감을 확산시키고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공무원을 비롯한 권력층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그들만의 리그에서 각종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을 바꾸어내지 못하고서 CPI점수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청렴한 사회를 만들어내는 일은 멀고도 먼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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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한국본부 /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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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부패인식지수(CPI)를 개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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