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틸알콜, 시클로헥산 등의 유독물질을 사용한다고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A사의 화학물질배출이동량 정보
최병성
A사는 공장이 아니라 연구소이기에 화재에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연구소 화재 발생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연구소 화재' 단어 검색만으로 수없이 발생하는 국내외 연구소 화재를 쉽게 알 수 있다. 최근에도 지난 3월 14일 안성시 나노캠텍 연구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 28대를 투입해 진화했으며, 지난 3월 18일 말레이지아 최대 공립병원인 쿠알라룸푸르병원 화재도 연구소에서 시작되었다.
문제는 초등학교가 인접해있는 주거 밀집지역에 유독물질을 다루는 시설이 어떻게 허가났느냐는 사실이다. 만약 연구소가 완공된 후 화재가 발생하여 유독 가스가 노출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린 아이들과 주민들의 피해는 누가 책임질까?
주민들이 알아서 대피하라고?불이 시뻘겋게 훨훨 타오르고 많은 소방차들이 현장에 들어와 화재를 진압 중인데,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119에 전화했다.
- 소방차가 현장에 출동했는데, 왜 사이렌을 울리지 않고 살며시 들어왔나요?"아파트 주거지역엔 사이렌 소리를 주민들이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 이 새벽에 다 잠들어 있는데, 주민들이 화재 사실을 모르고 유독 연기에 노출되는 위험은 어떻게 하시렵니까? 최소한 주민들이 위험을 알아야 대피할 것 아닙니까?"그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하면 됩니다"
불을 끄면서 주민 안전 대책은 아파트에서 알아서 하라는 소방당국의 대답에 할 말이 없었다. 깊은 밤 화재 사실을 모르는 주민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당하는 위험에 노출된 '각자도생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안전불감증 공사현장비가 온 덕에 산불로는 이어지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 비가 폭설로 바뀌었다. 그런데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화재가 발생했던 바로 그 공사 현장에 거센 바람과 폭설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타워크레인을 설치하고 있었다.